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6.9%보다 0.6% 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에서 40% 가까운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초에 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이 ELS 상품은 가입 기간 홍콩H지수가 35% 넘게 급락하지 않을 경우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는데, 가입 당시 1만1000선을 넘었던 홍콩H지수가 지난 7월 6000선대로 떨어지면서 손실을 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내년까지 13조원 넘게 만기된다. 이에 따라 지난 31일 6899.31로 마감한 홍콩H지수의 향방에 따라 내년 만기되는 상품의 수익률이 결정될 전망이다.

31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에 손실 본 ELS 상품은 총 103억원어치 판매됐고, 지난 7월 만기에 40억3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원금과 비교한 손실률은 39%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2년 6개월로 통상 3년인 다른 은행 ELS보다 짧아 먼저 만기가 돌아왔고 H지수가 회복하지 못해 손실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내년 만기되는 13조원 수익률 비상

ELS는 기초 자산으로 삼는 주가 등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나는 파생 금융 상품이다. 통상 만기는 3년인데, 6개월마다 중간 평가를 해서 주가가 가입 때보다 5~30%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전에라도 원금과 이자를 조기 상환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입 후 6개월 시점엔 5%, 3년 뒤엔 30%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 상환되는 식이다.

다만 가입 기간에 주가가 미리 정한 하락 한도를 한 번이라도 넘고, 만기에 주가도 가입 시점보다 일정 비율(통상 30%)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파생상품의 내년 만기 도래 규모는 상반기에 9조371억원, 하반기에 4조5406억원 수준이다. 이 상품들의 손실 여부는 앞으로 홍콩H지수 움직임에 달려 있다.

통상 3년 만기 중에 반 토막 나서 하락 한도 밑으로 내려간 경우라도 만기 시점의 주가가 가입 시점보다 30% 넘게 하락하지 않으면 당초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기 시점 주가 하락률이 30%보다 크면 그 하락률만큼 원금이 손실을 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1월 1조4836억원이었던 홍콩H지수 ELS 발행 규모는 3개월 뒤인 4월 3조163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다시 1조원대로 내려갔다. 2021년 10월까지는 매월 1조원 넘게 팔렸다.

◇만기에 H지수 하락률 30% 안 넘으면 안심

H지수는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까지 올랐다가 2022년 10월 31일 4938.56으로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H지수가 1만선 이하로 떨어진 2021년 하반기 이후 가입자들은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21년 7월 H지수 평균은 9844였는데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하락률(-30%) 선이 6890.8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H지수가 1만선을 넘었던 2021년 상반기에 가입한 경우다. 이때 가입했다가 조기 상환되지 않고 현재까지 보유 중인 투자자들은 만기에 H지수가 현재 수준보다 더 올라줘야 한다.

이 투자자들은 내년 만기 시점의 H지수 하락률이 가입 시점과 비교했을 때 30%보다 크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반면 만기 때 지수 하락률이 30%보다 작으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6월 홍콩H지수 평균이 1만725였을 때 가입한 경우, 내년 6월 만기 시 지수가 7507 이상을 유지해야 원리금을 지킬 수 있다. 현재 6900선인 것을 감안하면 8.8% 지수가 올라줘야 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지기는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이어지면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