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 10여 곳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생명·하나금융·SK이노베이션·기아·SK스퀘어·YG엔터테인먼트·케이티앤지·LG생활건강·LG화학·한화솔루션 등 13개 사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보유 상황과 목적 등을 공시해야 한다. 보유 목적은 ‘경영 참여’, ‘일반 투자’, ‘단순 투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경영 참여는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이고,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 참여 형태다.
반면 일반 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 투자와 비슷하지만, 이사 선임 반대, 배당 제안, 정관 변경, 위법 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2019년까지 단순 투자와 경영 참여로 분류됐다가 2020년 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중간 개념으로 일반 투자가 추가됐다.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이 일반 투자로 바뀐 기업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기업 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 경영에 국민연금이 적극 개입하게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시행하며 논란이 컸다”며 “정부가 바뀌었지만 국민연금이 어떤 의도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반드시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궁금한 사실을 단순 확인하기 위해 서류를 보내기만 해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뀐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도 국민연금은 삼성화재·GS리테일 등 9개 기업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작년 6월에도 16개 종목에 대한 투자 목적을 일반으로 변경했다.
국민연금 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민연금이 투자 중인 국내 주식 종목 수는 총 1175개이고 이 가운데 일반 투자 목적은 100여 개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