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각된 9월 경제 위기 가능성은 제로(0)입니다.”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 이남우 연세대 교수는 최근 일부 언론과 유튜브 등에서 나오는 9월 위기 가능설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이 교수는 대우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증권분석가)를 시작으로 JP모건 서울지점 부대표, 메릴린치 서울 대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아태본부 총괄(MD) 등 국제금융 분야에서만 30여 년을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음은 6일 이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한 일문일답.
- 9월 위기설의 내용과 시발점은 무엇인가.
“위기설의 도화선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발(發) 외신 기사였다. 기사 요지는 코로나 자영업자 대출 만기가 9월에 한꺼번에 몰리게 됐으므로 상환 유예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개인 파산과 금융권 연체 등 큰 위기에 봉착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문제로 지적됐다.”
- 보도 신빙성을 어떻게 봐야 하나.
“기사를 쓴 홍콩 기자가 한국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데이터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그 분석의 인사이트(통찰력)가 깊지 않은 편이라 월가(街)나 외국 투자가들은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침소봉대, 과장 보도한 것에 국내 투자자들이 휘둘리면 안 된다.”
- 주변 전문가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나?
“20여 년간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이 뽑은 최고의 이코노미스트(경제학자) 자리를 지켜온 지인이 지난달 말 방한했을 때 ‘한국 정부가 상당히 잘한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하락, 금리 상승 등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정부가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3%로 묶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잘하는 것으로 봤다. 환율도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은 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히려 내년 원화가 절상(환율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위기 가능성을 ‘제로(0)’라고 단언할 수 있나?
“금융시장을 제일 잘 보는 기관은 돈 떼일 가능성을 점검하는 신용평가사들이다. 글로벌 평가사 중 한 곳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지난달 23일 글로벌 금융 전문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위기로 은행 부문 충격을 크게 받을 국가들을 설문 조사했는데 한국은 6위로 관심권 밖이었다. 중국이 75%로 가장 위험이 컸고, 베트남·말레이시아·홍콩·필리핀 순이었다. 자기자본과 비교해 대출 등 총자산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레버리지 배율을 볼 때 한국은 10~15배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35배)의 절반도 안 된다. 연말까지 돌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 그래도 위험한 한국의 약한 고리를 꼽는다면?
“내가 볼 땐 환율이다. 외국인 자본 유출입에 따라 환율이 더 흔들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 현재 달러당 1330원대인 환율이 1380원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어 자본을 쌓아놔 감내할 수 있다. 부동산 PF 비중도 꾸준히 줄였다. 이 외에 미국에 많이 직접투자한 기업들의 인건비·원자재 등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이는 기업들 실적과 연결돼 올해와 내년에 주가 상승을 저해할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도 걱정거리다.”
- 저축은행·캐피털 등 비은행 부문 취약성은 어떻게 보나?
“작년 말 증권사 PF 대출 중 10%가 연체된 것으로 S&P는 평가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 4%대에 원활하게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 중이고, 증권사들은 5% 초반대다. 그만큼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캐피털은 일부 구조조정해야 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주가에 충격을 주겠지만 한국 경제 시스템에서 흡수 가능하다.”
- 부동산 위기를 겪는 중국 경제를 전망한다면?
“외부의 부정적 평가와 달리 시진핑 국가주석이 원하는대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한 업종에 지나치게 쏠린 문제를 해소 중이다. 적어도 1년간은 부실 부동산 개발 업체를 파산시키고, 부실 채권을 털어내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 채권 투자자 등 해외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지난달 외국인들이 중국 금융시장에서 16조원 이상 팔고 나간 것도 그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