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미국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와 엔화 등 주요 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넘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은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원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는 글로벌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 때문이다. 4일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7선을 돌파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와 다른 나라 통화 약세라는 ‘나비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전부터 '요동' -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1%, 코스닥지수는 4% 급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14.2원 급등한 달러당 1363.5원까지 치솟았다. /뉴스1

원화 가치 하락은 금융시장에는 악재지만, 실물 경제에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달러로 환산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상품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호재라고 보기 어렵다. 올 들어 달러와 비교한 엔화 가치 하락률(-14%)은 원화(-7%)의 두 배였다. 그만큼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한국 기업들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의 마이너스(-0.1%) 단기 금리 등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엔저(低)가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엔화 가치가 내년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킹달러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빚을 낸 기업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다. 수입품 가격이 올라 각국의 물가 관리도 어려워지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강세가) 전 세계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며 “(달러 가치가) 작년에 기록했던 20년 만의 최고치로 회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스위스 자산운용사 픽텍애셋은 “내년 미국의 성장률이 세계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최근 달러 가치 상승은 내년 큰 폭의 하락을 앞둔 마지막 강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