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짓눌러온 공매도라는 커다란 돌이 치워지자 증시가 최대폭으로 튀어올랐다.
공매도는 보유하고 있지 않는 주식을 빌려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그간 주가 하락을 부추켰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매도에 제동이 걸리자 주식 시장이 환호한 것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이 시행된 첫날인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134포인트) 급등한 250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2300대에서 2500대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코스피 상승폭은 1987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였고, 상승률로는 코로나 발병 후 각국이 지원책을 쏟아내던 2020년 3월(5.9%)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도 7.3%(57포인트) 급등한 839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폭으로는 2001년 1월(61포인트) 이후 22년 10개월만에 최대였다. 코스닥이 과열되자 오전 한 때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은 2020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었다.
코스피·코스닥 55업종 중 코스닥 정보기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54업종이 모두 올랐다. 특히, 공매도 세력의 집중 목표가 돼 온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큰폭 반등했다. 코스닥에서 에코프로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코스피에서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홀딩스 등도 20% 이상 가파르게 올랐다.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하루만에 시총이 21조4000억원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주로 해온 외국인들이 공매도 금지로 주가 상승이 예상되자 공매도 계약을 청산하면서 관련 종목들을 되산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바이오 등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늘 증시 급등은 어제 공매도 금지의 효과다”고 평가했다.
공매도의 절대 비중(98%)을 차지해온 외국인·기관들이 이날 각각 1조1760억원, 2000억원씩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외국인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을 사면서 원화 가치는 급등(환율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5.1원 급락한 달러당 1297.3원으로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도 12.6원 하락한 100엔당 867.4원으로 2008년 1월 이후 15년10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100여개 종목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 대상이 된 것을 확인했다”며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있는 장”이라고 말했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놀이터가 됐다”며 공매도 제도 개선과 불법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가 금감원에 적발되자 공매도 금지 요구는 한층 거세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매도의 시장 교란을 병폐로 보고 근절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증시 역사상 네번째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투자 온라인 게시판에는 “결국 공매도가 증시의 적이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공매도가 그간 주가 하락의 주범이었음을 확인 사살한 것”이라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공매도 금지로 터무니없는 주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다”며 “개인 선호 종목에 더 큰 거품이 형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