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 대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최근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 정기 검사 중인 하나은행에도 ELS 판매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고,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엔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중엔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 당국이 대대적 조사에 들어간 것은 홍콩H지수 ELS 가입자의 대규모 손실이 내년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중국 경제 둔화, 미·중 분쟁 등으로 지난 3년여간 1만2000대에서 6000대로 반 토막이 났다. 이에 연계된 ELS 상당수는 손실을 볼 수 있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약 16조원)의 절반쯤인 8조30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약 4조7000억원(56%)에 달한다.

가입자 손실이 확정되면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ELS는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금융회사들이 “큰 위험 없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판매 시) 각종 의무 조치와 사전 고지 등이 이중, 삼중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점검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