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을 고령자에게까지 무리하게 판매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LS는 주가지수 등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금융 상품인데, 2021년 1만2000대였던 홍콩H지수가 최근 5000대까지 폭락하면서 내년에 3년 만기가 돌아오는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스1

이 원장은 29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적합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회사는 소비자 투자 성향 등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하고, 충분히 이해하게 설명해야 하는 걸 뜻한다.

이 원장은 “홍콩H지수는 등락이 극심했고, 원금 손실이 발생한 전례가 있던 점을 고령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권유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현재 약 20조원으로 이 중 16조원가량이 은행을 통해 팔려 나갔다. 내년 상반기에 8조30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오고, 약 4조7000억원(56%)이 손실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 원장은 또 “은행들이 고객이 묻기도 전에 판매해 놓고 자필 서명, 녹취 등을 운운하며 피해 예방 조치를 했다고 하는 것은 자기 면피”라며 “고객이 서명하고, ‘네네’라는 답변을 했다고 해서 (불완전 판매의) 책임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은행들을 비판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최근 은행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