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한국 경제의 잠재 위험 요인으로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등을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PF 부실은 금융시장과 건설사·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면밀히 살펴야 하는 과제”라고 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의 장기화로 부실 우려가 커진 PF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일부 PF 사업장의 부실이 다른 사업장이나 부동산시장,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도미노 부실’을 막자는 것이다. 부동산 PF는 금융회사가 아파트나 상가 건설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돈을 빌려 주고,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금융 기법을 뜻한다.
◇134조원으로 불어난 PF 대출, 연체율 9개월 만에 2배로
금융 당국은 연일 증권·저축은행 등 업권별로 PF 회의를 열고, 부실 사업장을 가려내기 위한 재평가 작업과 함께 금융회사들의 충당금(떼일 돈에 대비해 쌓아 두는 돈) 쌓기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PF 부실과 관련해 건설사 및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 대해 관리 상황, 충당금 적립 등을 릴레이 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성이 타격받지 않도록 집중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통해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모든 PF 사업장을 전수 조사해 특별 관리하고 있음에도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PF 대출 규모는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보다 4조원이나 늘었다. 2020년 말(92조5000억)에 비해선 거의 42조원이나 급증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한 연체율은 올해 2배로 급등했다. 지난해 말 1.19%였던 연체율이 지난 9월 말 2.42%까지 상승한 것이다. 2021년 말(0.37%)과 비교하면 2년도 안 되는 사이 6.5배로 급등했다.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정리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경매나 공매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120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 70개, 올해 6월 말 100개에서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PF 시장은 중견 건설사의 부도설이 퍼지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도급 순위 20위 이내의 중견 건설사가 자금 마련에 실패해 워크아웃을 신청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해당 회사 측은 “부도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으나 해당 업체의 주가는 급락했다. PF 사업에 대한 불안이 퍼지면서 건설업 관련 주가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브리지론’ 해준 2금융권 심각
PF 부실 위험은 특히 증권사, 저축은행, 여신전문(캐피탈),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집중되고 있다. 은행과 보험은 지난 9월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이 87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65%에 달하지만 연체율은 각각 0%, 1.1%에 불과하다. 반면 증권사는 연체율이 무려 13.85%에 달한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호금융 연체율도 각각 5.56%, 4.44%, 4.18%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2금융권 연체율이 높은 것은 해당 회사들이 PF 대출의 초기 단계인 ‘브리지론’에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개발 사업 착공 전에 시행사가 토지 매입 등을 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시행사는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 은행 등에서 대출(본PF)을 받아 이 돈으로 브리지론을 상환한다.
브리지론 단계에서는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주로 증권사나 2금융권이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그런데 부동산 침체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다 보니 연체율이 급등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전체 브리지론 규모(30조원) 중 최대 15조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본부장은 “현재 경·공매 시장에 나온 PF 부지 할인율(30~50%)을 적용하면 9조~15조원가량의 손실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PF는 금융회사가 아파트·상가 건설과 같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건설 시행사 등에 빌려주고, 수수료와 대출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금융 기법을 뜻한다. 부동산 PF는 크게 브리지론(초기 사업 대출금)과 본PF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