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악재가 겹친 내년 상반기가 굉장한 고비다. 하지만 역으로 투자의 기회다.”
‘한국의 닥터둠(비관론자)’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4일 인터뷰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질주해온 미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하며 경착륙할 것”이라며 “여기에 국내적으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홍콩 증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확정까지 더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모두가 공포에 빠질 때가 투자를 감행할 때”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금융투자 서적만 21권 쓴 전문가다.
김 교수는 오는 22~23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24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2024년 경제 전망과 적정 자산 배분’을 주제로 강연한다.
- 14일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정점을 언급했다. 고금리는 끝났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에서 중물가·중금리·중환율의 3중(中)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임금이 오른 중국이 더 이상 세계에 싼 상품을 공급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글로벌 저(低)물가 구조는 힘들고,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도 중간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다.”
- 그래도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가 크다.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나치게 반영된 결과 주가가 올랐다. 단기 거품이다. 내 예측 모델상 내년 2분기 미국 주가 급락이 예상된다. 3분기 5.2%(전기 대비 연율)였던 미국 성장률은 4분기 1%,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까지 낮아질 것이다. 금리보다 기업 이익이 더 빨리 떨어지며 2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는 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이다. 경착륙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본다.”
- 침체가 안 온다는 의견도 있다.
“증시 하락 등으로 미국의 금융 자산은 줄고 있다. 가계 저축률은 작년 3.3%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 소득도 준다. 월별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는 2021년 3월 1.2%에서 최근 2.8%로 올랐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70%를 차지한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3~4월 소비·매출이 꺾이자 미국 기업들은 일자리를 2200만개 줄였다.”
-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내년 2분기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원⋅달러 환율은 오를 것이다. 부동산도 여전히 10~20% 과대 평가돼 있어 더 떨어질 수 있다. 가계의 보험·연금 비율은 2019년 33%에서 올해 상반기에 27%로 낮아졌다. 그만큼 어려운 가계가 보험을 해지했다는 뜻이다. 내년 2분기부터 3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더 빨리 내릴 필요가 있다. 한편에선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경제에 새살이 돋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42%다. 그들을 다 살릴 수는 없다.”
- 채권 투자 기회는 지났나.
“단기적으로 채권 금리가 너무 떨어졌다(채권값 급등). 추세선을 밑도는 중이어서 금리가 다시 반등(채권값 하락)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채권에 투자하면 된다. 미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연 5%까지 다시 급등하기는 힘들겠지만, 금리가 반등할 때 사면 된다. 채권이 가장 좋은 투자 수단 중 하나다.”
- 투자 자산의 적정 비율은.
“한국 가계 자산 중 76%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17%에 그친다. 코로나 2년간 금융자산에서 은행 예금 비율은 43%에서 47%로 늘었다. 채권(3%), 주식(22%)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 나의 경우 자산에서 부동산은 40%, 금융자산은 60%다. 금융자산 중 은행 예금이 20%, 주식이 50%다. 현재 25%인 채권 비율을 30%까지 늘릴 예정이다.”
- 주식은 언제 투자하면 좋을까.
“침체가 오면 살 때다. 명목GDP나 통화량 등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 적정 수준은 3000인데 현재 2500으로 저평가돼 있다. 내년 코스피는 2400~2700선에서 움직일 것이다. 중국 등 신흥국 주식도 유망하다. 반면 미국 빅테크는 과대평가돼 있다. S&P500의 적정 수준이 3700~4000인데 현재 4700이다. 다른 자산 중에선 내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반대로 오를 금과 비트코인이 있다. 둘을 합쳐서 자산의 10% 정도까지 가져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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