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우리나라 이웃 증시가 ‘극과 극’의 상황을 보였다. 중국 증시는 울고, 일본 증시는 웃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보다 6%, 홍콩 항셍지수는 19% 하락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이 지난 8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등 부동산 위기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통상 갈등이 지속되며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가 부진한 것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투자 심리가 차갑게 식으며 중국 증시 상장 폐지 종목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평균은 연초 대비 29% 급등했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미국 나스닥(44%) 다음으로 크게 뛰었다. 역대급 엔저(低)를 기반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일본은행(BOJ) 등 통화 당국도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상장사들은 사상 최대 배당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전망이다.
◇中 상장 폐지 역대 최다
중국 증시 부진은 지수 하락뿐 아니라 상장 폐지로도 나타났다. 관영 금융매체 증권시보(證券時報) 등 중국 언론은 25일 “중국의 경제 부진 속에 올해 상장 폐지된 기업이 43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관련이 8개로 가장 많았고, 컴퓨터 관련도 7개로 뒤를 이었다.
중국 증시의 상장 폐지 조건 중 하나는 ‘주가가 20거래일 연속 1위안(181원)을 밑도는 것’인데, 현재까지 상장 폐지된 43종목 중 절반(20개)이 이 조건에 걸렸다. 그만큼 투자 심리가 식었다는 뜻이다. 증권시보는 “과거엔 재무 문제가 상장 폐지의 주 원인이었지만, 올해는 주가가 기준치를 밑돌아 폐지되는 종목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연말까지 적어도 기업 3곳이 증시에서 추가 퇴출될 것으로 보여 올해 상장 폐지 종목은 46개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엔 42종목이 상장 폐지됐다. 작년엔 주가가 1위안을 밑돌아 상장 폐지된 경우는 단 한 종목에 불과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주택 과잉 공급 문제가 해소되려면 적어도 4~6년은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여러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데 실패했다.
외국인들은 탈(脫)중국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액은 310억달러(약 40조원) 감소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월가 사모펀드들의 중국 투자금은 예년의 5% 수준으로 급감했다.
◇日 상장사 배당액 역대 최대
중국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일본 증시는 연일 화색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3월 결산하는 약 2350개 상장사의 배당액이 이달 중순 기준으로 15조7000억엔(약 14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말 전망치보다 4000억엔(약 3조6000억원) 늘었다. 신문은 “조사 대상 기업 중 14%에 해당하는 약 330곳이 예상 배당액을 올렸다”며 “(판매 제품의) 가격 인상이 반영된 식품, 생산 능력이 회복된 자동차, 코로나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수요가 늘어난 철도 등 다양한 업계가 배당액을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상장기업 주식의 20% 정도를 개인이 보유해 이번 배당으로 가계에 3조엔(약 27조3000억원)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서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등을 활용한 개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당으로 환원된 이익이 다시 증시로 재투자돼 일본 증시가 오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2013년 도입된 소액투자비과세제도는 투자원금 100만엔(약 910만원) 한도로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매각 차익과 배당 수익 등에 대해 최장 5년간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일본 상장 기업들은 배당액뿐 아니라 순이익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을 떼서 주고 나머지는 기업 내에 유보하는데 그 순이익도 최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