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언론 브리핑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응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작년 9~10월 금융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 사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소폭(0.9%) 오른 채 거래 중이다. 코스닥도 0.4% 상승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100억원, 4400억원어치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내린(원화 강세) 달러당 1289.2원을 기록 중이다. 달러 가치는 4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그만큼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려는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채권 금리도 하락세였다. 태영건설 부도 위험 우려가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부도 우려에 채권을 앞다퉈 내다팔면 채권값은 급락하고 채권 금리는 급등한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정오 현재 회사채(AA-) 금리는 전날보다 0.047%포인트 하락한 연 3.911%에, 국채(3년 만기) 금리도 전날보다 0.053%포인트 내린 연 3.167%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레고랜드 사태는 기대하지 않았던 이벤트였던 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이미 알려졌던 사안이 현실화하면서 금융시장 가격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에 미리 대비하고, 확산을 저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우발 채무가 자기자본의 6배일 정도로 커서 전체 건설 업권의 문제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시장의 불안을 차단할 만한 충분한 방파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연 인천대 교수는 “PF 불안 요소에 대해 시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데다 금융당국도 빠르게 시장 안정화에 대처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는 등 거시 경제 상황도 불안감을 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건설사들로 위기가 옮겨붙게 되면 2011년 저축은행 PF부도 사태처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3사가 부각되더니 다른 저축은행 건전성 문제로 번져 3분의 1 가까이가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