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1.69포인트(2.47%) 내린 2435.90으로, 코스닥은 21.78포인트(2.55%) 하락한 833.05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2.4원 오른 1344.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4.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중국 부동산 시장의 악화 소식까지 겹치며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했다.

1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 하락한 2435.9, 코스닥은 2.6% 떨어진 833.0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하락 폭은 작년 10월 26일(-2.7%)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모두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2.2% 미끄러졌고, SK하이닉스(-0.8%)·LG에너지솔루션(-2.6%)·셀트리온(-5.1%) 등의 낙폭이 컸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9056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이는 1조3534억원 순매도한 작년 7월 25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뺀 원화를 달러로 바꿔나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4원 올라(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344.2원을 기록했다.

그래픽=김하경

◇G2 악재 동시 터져

16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금리 인상 등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가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불식시키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요즘 미국 경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면서 “이번 사이클에서 빨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연초 후 잇따라 ‘조기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온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페드워치툴에 반영된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77%에서 65%로 낮아졌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도 7회에서 6회로 줄었다.

기타 고피나스 IMF(국제통화기금) 부총재도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 “시장은 중앙은행이 매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첫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발표된 중국의 작년 12월 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0.4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국 주택 가격 하락 폭은 전달(-0.37%)보다 더 커지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1% 떨어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홍콩 등 중국 증시에서 부동산 관련 종목들의 하락 폭이 컸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중국 소매 판매도 전년보다 7.4% 늘어 전문가 예상(8%)을 밑돌았다.

여기에 이날 국내 증시에선 한반도 전쟁 가능성 루머까지 돌았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일 ‘초토화’, ‘대사변’ 등의 표현을 쓰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커진 증시 하락 압력

최근 증시는 하락 압력이 커진 상태다. 연초 후 국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 배터리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약 2조7000억원어치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점도 삼성 계열주 투자 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블록딜(대량 매매)로 대주주 보유 지분이 기관 투자가들로 넘어가면서 시장에 유통주식으로 풀릴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6조5000억원)은 1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보다 11% 가까이 빠졌다.

배당 차익을 노리고 작년 말 증시에 유입됐던 돈이 연초에 회수되는 현상과 작년 하반기 증시 상승에 따른 조정 차원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작년 연말 이후 여전히 고평가 영역에 있다”며 “투자자들의 매수세와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 등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고평가가 유지되지 못한 채 급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