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삼성증권 부사장

“지난 33년간 지켜본 결과 고액 자산가가 일반 투자자와 가장 다른 점은 한번 마음먹으면 투자를 단행한다는 점입니다.”

박경희 삼성증권 부사장은 고객 자산 220조원을 관리하는 투자 전문가다. 보람(현 하나)·씨티·신한 등 은행에서 15년, 이후 삼성증권에서 18년간 고객 자산 관리(PB) 업무를 맡았다.

그는 2021년 말 부사장에 오르며 삼성증권 내 여성 유일 최고위직이 됐다.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를 포함한 고객 관리 자산은 작년에만 20조원 늘었다. 박 부사장은 “일반 투자자들은 재기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껄무새(~할껄+앵무새)’가 더 이상 돼선 안 된다”고 했다. 다음은 박 부사장과 한 일문일답.

- 부자들의 투자는 또 뭐가 다른가.

“잦은 트레이딩(사고팔기)보다는 한번 사놓고 길게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을 많이 쓴다. 자산의 60~70%를 채권이나 우량주에 묻고 30~40%를 트레이딩한다. 주식·채권이 싸졌을 때 확신을 갖고 저가 매수한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주저하다 남들이 사는 것을 보고 고점에 뛰어드는 ‘포모(FOMO·소외 불안감)’ 현상을 자주 보인다.”

- 올해 증시 전망은.

“상고하저(上高下低)로 본다. 코로나로 망가졌던 글로벌 공급망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이 정상화되는 중이다. 연초 증시 조정은 작년 말 금리 인하 기대감에 많이 오른 것의 반작용이다.”

-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많다.

“우리는 미국 금리 인하 시기를 2분기로 본다. 과거 금리 인하는 리세션(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은 과도했던 긴축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되돌리는 차원이다. 그래서 금리 인하를 나쁘지 않게 본다. 크게 성장하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이상적 상황인 ‘골디락스’다. 이땐 값싼 가치주에서 IT 등 성장주로 가는 흐름을 보인다.”

- 빅테크 투자는 언제쯤 하면 좋을까.

“미래 성장 방향성은 AI(인공지능)와 로봇으로 정해져 있다. 가격이 빠질 때마다 이들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권한다. 기관 수준의 수천억 원 자금력을 가진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물었더니, ‘대표 빅테크들을 3~4년 전부터 투자했고 앞으로도 보유하겠다’고 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에 주로 투자하고 테슬라·엔비디아를 기호에 따라 섞는 식이다. ‘종목 옮겨타기’는 이들을 대체할 만한 기업이 나올 때나 고려하겠다’고 했다.”

- 채권 투자는 언제가 좋을까.

“큰 방향으로는 당장 해야 한다. 각론으로는 금리가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상황을 보고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 채권은 매매 차익도 노릴 수 있다. 투자해 놓고 금리가 떨어지면(채권 가격이 오르면) 만기 전이라도 중간에 팔아 차익을 노릴 만하다. 월 이자에 매매 차익까지 고려하면 잔존 만기 4개월 미 국채 기준 수익률이 5.4% 정도 나온다. 향후 미국은 4번, 한국은 3번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