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해 가장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인 반면, 이미 주가에 반영된 S&P500 주가상승률 전망치는 10~12%에 달해 괴리가 심합니다. 특히 S&P500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애플 등 ‘매그니피센트 7′(7대 증시 주도 주식)의 실적이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옥석(玉石)을 잘 가려야 합니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월 4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하며 “경영 실적이 좋으면서 시장에서 소외됐던 미국의 경기방어주 중 우량주, 한국의 우량성장주와 안전한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정 교수는 기업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 평가, 미국 증권시장 분석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16년째 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뉴욕주 클락슨대학교에서 시장분석과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뷰에서 “‘매그니피센트 7’(증시 주도 7대 주식) 중심의 미국 S&P500 주가지수가 미국 경제 전반의 성장세와 괴리가 심하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경기방어주 중 우량주에 주목하라”고 말했다./조선일보 DB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1.4%, 미국은 2.1%이다. 더구나 미국에는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몰려 있다. 그러니 투자자들이 경제 활력과 증시 전망이 좋은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미국 시장에 투자할 때 고평가된 기업은 피해야 한다.”

―미국 시장은 어느 정도 고평가되어 있나?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을 보면 올해 19.5로, 지난 5년(18.9)이나 10년(17.6) 평균치보다 높다. 특히 지난해 S&P500 지수가 연간 23% 상승했는데, ‘맥7′(7대 주식)은 107%나 올랐다. 맥7을 빼면 S&P500 상승률은 3.5% 밖에 안된다. S&P500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7개 기업이 500개 기업 전체의 지수를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올해 경영실적 성장률을 10~12%로 예상하고 있고, 이미 주가에 반영했다. 반면 미국의 올해 가장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 불과하다. 그래서 실적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외에 미국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가 있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작년 12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힌트를 줬다. 그러자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6번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현재 5번으로 기대감을 줄인 상태다. 그러나 그동안 하락하던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3.9% 수준에서 주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생각된다.”

―올해 미국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 것 같나?

“작년말과 올해초에 상당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오르락 내리락 하는 횡보 장세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생기거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상실을 상쇄할만한 실적치가 계속 나와야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높은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치를 지속적으로 내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 S&P500 주가지수를 주도하는 일부 대형주들의 실적 성장세가 시장 기대에 못미칠 경우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은 최근 시장 기대치에 못미친 실적을 발표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EPA 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주가가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반면, 금리는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아 연준의 조속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채권과 주식의 배분 비중을 각각 8대 2로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다.

채권은 단기나 중기 국채,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채를 사면 연간 4~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기우량채권 ETF(상장지수펀드)인 SPSB, JAAA, BIL 등은 원·달러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연간 5~7% 정도의 이자수익률을 제공한다. 이들의 변동성은 S&P500 지수의 5분의 1 미만으로 안정적이다. 또한 미국 채권은 한국 주식 하락시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우라나라 주가가 떨어지면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와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워싱턴 D.C. 본부./위키피디아

―주식 종목은 어떤 것이 좋나?

“S&P500 지수를 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본다. 굳이 주식에 투자를 한다면 미국의 우량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종목, 또는 최근 2개월간 가격 하락폭이 크게 확대된 코스닥 우량성장주 등을 눈여겨 볼만하다.

예컨대 미국의 대표 필수소비재 ETF인 XLP, 미국의 비교적 덜 고평가된 우량성장주를 담고 있는 QUAL 등을 들 수 있다. XLP의 경우 작년에 시장에서 소외되어 2%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하방 위험성이 낮고 저성장 경기에서도 견고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시장에서 운용 실적이 우수했던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공모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