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주 주가 부양 기대감에 ‘빚투(빚 내서 투자)’ 규모가 다시 커지고 있다. 빚투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9조원을 조금 넘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7일 9조7000억원 가까이로 불었다. 한 달여 만에 7000억원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작년 8월 말 10조5316억원으로 커졌지만, 이후 떨어져 작년 11월 말 8조9114억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며 반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달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정책 예고까지 더해지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이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반도체주를 비롯해 저(低)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주의 신용 잔고가 70~180%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작년에 투자 열기가 높았던 이차전지 종목의 신용잔고는 전기차 업황 둔화 우려 등에 일제히 10%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테마에 휩쓸리기보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등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증시 주변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도 증가세다. 이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 중 하나다. 지난 7일 투자자 예탁금은 51조6621억원으로 한 주 전인 지난달 31일(50조7434억원)보다 9187억원 늘어났다. 연초 59조원대로 불어났던 투자자 예탁금은 국내 증시 부진 여파로 지난달 하순 49조원대까지 줄었다가 회복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