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쌓여 있는 수출입 컨테이너./뉴스1

작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이 7년째 3만달러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경제도 1%대 성장하는데 그쳐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한국은행은 5일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정치를 발표하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작년보다 달러 기준으로 2.6% 늘어난 3만374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22년(3만2886달러)보다는 늘었지만, 역대 최고점(2021년·3만5523달러)과 비교하면 5.3% 줄었다.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 국민 전체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말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번 소득은 빼고 손흥민·김하성 등 한국 국민이 해외서 번 돈은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1년만 대만에 인당 소득 재역전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달러 기준 1조7131억달러로 전년보다 2.4% 성장한 데다 2022년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약해져 달러 환산 소득이 줄어들었는데 작년에는 그 현상이 덜했다는 뜻이다.

환율 효과에 작년 1인당 소득은 대만을 다시 앞질렀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대만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3299달러로 한국보다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대만은 20년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에서 한국을 앞질렀는데 1년만에 우위를 되찾은 것이다. 한은은 “대만의 명목 국민총소득은 3.9% 상승해 한국(원화 기준 3.7%)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는데 대만달러 상승률이 4.5%로 원화(1.1%)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대만달러 가치가 원화와 비교해 낮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7년째 3만달러 박스권

하지만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올라선 뒤 7년째 3만달러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등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져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국제연합(UN) 기준 세계 40위였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세계 7위 수준이다.

한편,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보다 0.6%, 작년 GDP는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부동산 업종 부진에 건설투자가 전년보다 1.9%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3.6% 줄며 저성장의 원인이 됐다. 그나마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년보다 10.8% 늘어난 것이 경제를 떠받쳤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변수다. 이장연 인천대 교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부진에 한국 수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