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퇴한 양모(58)씨는 요즘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은퇴 자산을 불리고자 3년 전 가입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혔지만, 주요 해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쓰며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해외 주식으로 은퇴 자산을 불리려면 그 전에 해외 주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홍콩 ELS
홍콩 H지수를 연계한 ELS가 요즘 ‘뜨거운 감자’다. 작년 가을부터 ELS 가입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더니 불완전 판매 여부와 배상 기준안까지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ELS(Equity Linked Security)란 무엇인지 알아 보자. ELS는 주가지수에 연계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코스피, S&P500, 닛케이225, 홍콩H지수와 같은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금리를 지급한다.
현재 문제가 된 상품은 기초 자산에 홍콩의 주가지수인 ‘홍콩H지수’를 포함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홍콩H지수가 특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일정 폭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의 100%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 또 매매가 자유로운 일반 주식과 달리 ELS는 만기가 정해져 있다. 주가가 올랐을 때 차익을 실현하기 쉽지 않고, 주가가 내려갔을 때 분할 매매 하거나 손절매(손해 보고 파는 일)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고위험·고난도 상품에 가입할 때는 위험성을 이해하고 다른 상품과 비교한 위험과 이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역대 최대급으로 늘어난 해외 주식 투자
요즘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규모는 기록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797억9016만달러(약 106조 3204억원)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 중에선 미국 주식이 711억362만달러로 전체의 89.1%를 차지했다. 일본 주식이 4.9%, 홍콩과 중국이 각각 2.1%, 1.2%다. 국내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14.2%)·엔비디아(9.2%)·애플(5.8%)·마이크로소프트(4.3%)·알파벳(2.7%)·아마존(2.0%) 순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미치지 못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582조원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51조달러(약 6경8000조원)로 세계 시장 점유율 48%를 웃돈다. 2위인 중국 비율은 10% 정도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3조490억달러(약 4050조원)로 국내 증시 전체보다도 많다.
해외 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난 까닭으로는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해외 주요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하는 점도 있다. 코스피는 2021월 7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3305.21)를 여전히 20% 정도 밑돌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인도, 유럽 등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심지어 일본은 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1989년 12월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스피는 지난 10년 동안 대체로 2000~2600 사이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주식은 분산 투자 방법으로도 쓰인다. 국내 주식·국내 채권·국내 정기예금·국내 부동산 등으로 분산 투자를 한다면, 금융 위기로 원화 가치가 급락할 때 전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그 국가 통화를 보유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통화 분산 투자가 이뤄진다.
◇해외 주식 투자 전 확인 사항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세법 상 대한민국 거주자여야 한다. 해외 주식 투자를 하려면 원화를 외국 통화로 환전해야 한다. 환전할 때는 매매 기준 환율에 환전 수수료가 붙는다. 다만 증권사마다 투자자가 원화로 해외 주식을 주문하면 자동으로 매매 기준 환율로 환전해 주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으니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거래 단위, 가격 제한 폭, 매매 결제일 등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에는 세금을 꼭 알아야 한다. 해외 주식에서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이 발생하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원천 징수가 원칙이고 원천 징수에 따른 배당세 적용 환율은 배당 지급일의 매매 기준 환율을 적용한다. 우리나라의 배당소득세율은 14%이고, 미국 15%, 중국 10%, 일본 15.315%, 홍콩 0% 등이다. 해외 배당 세율이 국내보다 낮다면 국내 세율과 차이나는 만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배당세의 10%)는 별도로 부과된다.
해외 주식에 투자해 시세 차익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1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1년간 매도 수익과 매도 손실을 총합해 양도 차익을 계산하고, 양도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 5월에 낸다. 우리나라 소액주주들은 국내 상장 주식의 시세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해외 주식 시세 차익에는 예외 없이 양도소득세 20%를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방소득세(양도세의 10%)는 별도이다. 양도소득에는 기본 공제 금액이 있어서 연 250만원이 공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