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아이엠(iM)뱅크’라는 이름의 시중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해 전국을 무대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 시중은행 탄생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를 열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인가’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상업은행이다.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외국계 은행 2곳(SC제일·한국씨티) 등 총 6곳이 있으며, 대구은행이 7번째다. 정부는 작년 7월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원), 지배 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대주주 위법 여부 등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작년 8월 대구은행 직원 수십 명이 고객 명의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정황이 포착되며, 시중은행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대구은행은 사고 발생 후, 내부 통제 혁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은 최근의 금융 사고 유형을 분석해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했고, 주요 경영진은 내부 통제 문화 정착, 금융 사고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확약서를 냈다”며 “시중은행으로 영업하기 위한 내부 통제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내부 정관 변경,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아이엠뱅크’라는 간판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간 수도권, 충청, 강원 지역 등에 영업점 14개를 신설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이날 “중신용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를 늘릴 것”이라며 “앱 고도화, 외부 플랫폼 제휴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낮춰 낮은 금리의 다양한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이 은행산업의 ‘메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 은행과 체격 차가 워낙 큰 데다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지 않는 한 기존 인터넷 은행 상품들과 차별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