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중금리,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거래 횟수가 줄고 예전만 한 고수익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은퇴를 맞은 5060세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 여부보다는 현금 창출 관점에서 접근하고, 부동산보다 환금성이 뛰어난 배당 ETF(상장지수펀드) 등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살펴볼 때 5060세대는 부동산보다는 글로벌 금융자산 투자에 관심을 둘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20년 이상 부동산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인터뷰에서 “저성장, 저출생 시대에는 부동산을 미래의 가격 상승보다는 현금창출 능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 현재 부동산 시장 동향은?

“아파트 실거래가의 경우 서울은 작년에 10%, 수도권은 6.6%, 지방은 0.3%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서울은 1.1%, 수도권은 0.8%, 지방은 0% 상승했다. 수도권은 반등세이고, 지방은 바닥을 다지는 형국이다. 이와 달리 빌라나 다가구주택은 전세 사기 여파로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다. 전세나 매매 거래 모두 잘 안 되고 가격도 주춤하거나 하락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연 5.1%(KB부동산 조사) 정도 나오지만 고금리 영향으로 거래 부진에 빠져 있다. 분양 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 상가는 디지털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확산하는 데다 소비 침체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꼬마빌딩은 법인들이 사옥용으로 조금씩 사고 있으나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노후 대비용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추천할 만한가?

“이제는 초저금리 시대를 잊어야 한다. 앞으로 중금리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면 경매와 초저급매 등 저가 매물을 사야 한다. 요즘 은퇴한 5060세대는 10여 년 전과 달리 원룸 주택을 사서 꼭대기에 살면서 월세를 받겠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가격이 많이 올라 임대수익률이 저조하고 대출도 받기 힘든 까닭이다. 대신 퇴직금이 IRP(개인퇴직연금) 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 퇴직금을 불리기 위해 금융자산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은퇴를 대비해 상가에 투자하기보다 미국 배당주 ETF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상가의 시대는 끝났나?

“상가는 가장 먼저 인구 충격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요즘 신도시를 가보면 상가 공실이 넘쳐난다. 한 건물에 소유권이 여러 명이라 되팔기도 어렵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양극화가 극심해지므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인구 충격이 상대적으로 늦을 도심 역세권의 꼬마빌딩은 자산가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투자 대안이라고 본다.”

- 부동산 매력이 줄어든 이유는?

“지금 5060세대가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부동산과 예금, 국내 주식 외에 다른 투자처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흐름이 국내에서 글로벌로,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은 대면투자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용 투자상품이다. 반면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은 비대면 시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 상품으로 진화했다.”

은퇴자에게 노후 대비용으로 각광 받던 상가는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확산, 저출생 여파로 인기가 줄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0일 임대문의 게시물이 붙어 있는 서울 시내 한 상가 모습./뉴시스

- 그러면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의 자산 관리는 개인의 성격과 투자 스타일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부동산은 가격 변동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환금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단기간의 가격 급변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이 좋다. 가격 급변동을 무덤덤하게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환금성이 좋은 금융자산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50대50으로 하는 좋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이 비중을 맞추기 어려우니 5년이나 10년을 내다보고 리밸런싱(재조정) 로드맵을 짜서 실천하는 게 좋을 것이다.”

- 굳이 부동산 비중을 늘리길 원한다면?

“지금 부동산 시장은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어 가격이 올라도 과거처럼 크게 오르기 힘든 구조이다. 따라서 가격 상승보다는 현금 창출 능력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을 때 땅을 사서 건물을 지은 뒤 분양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많이 망했다. 부동산 개발업은 가격이 상승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 흐름을 중시한 임대사업자는 살아남았다. 가격 하락기에 평가손실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임대 소득이 있었다. 아파트 임대사업을 하더라도 전세형 임대사업자보다는 월세형 임대사업자가 가격 하락기에 정신적 고통이 작다. 월세형 임대사업자는 가격 손익에 임대 수입을 합쳐 수익률을 계산하는 까닭이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때 임대사업자들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확보되어 살아 남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사진은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꼽히는 도쿄 시부야역 인근의 야경./시부야역 홈페이지

-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재산을 불리는 전략은?

“성공하기 만만치 않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고금리로 이주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건축비가 3.3㎡당 900만~1000만원에 달할 만큼 껑충 뛰어 수익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최후의 복병인 재건축 부담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2채에 올인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가격이 출렁거릴 때마다 비바람 치는 날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삶이 조마조마하지 않을까? 주택 시장의 주력 세력으로 떠오른 MZ 세대도 신축을 선호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려면 MZ 세대의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 MZ 세대는 어떤 부동산을 좋아하나?

“아파트와 부동산을 동일시하고 토지에는 관심이 없다.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미래 재건축 차익을 바라보는 부모 세대의 ‘몸테크’를 싫어한다. 심지어 살 집으로 구축 아파트보다 신축 오피스텔을 선호할 정도다. 그러니 젊은 세대가 모이는 도심 지역, 월세 등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부동산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 상주인구가 아니더라도 생활인구의 평균 연령대가 낮을수록 향후 다가올 인구 충격이 덜할 것이다. 그리고 환금성도 유지된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려면 신축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잘 따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2023년 12월 26일 인천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뉴스1

- 부동산의 환금성 지표가 있다면?

“부동산114의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아파트 거래 회전율이 6.7%였다. 연간 100개 아파트 중 6.7개가 팔렸다는 의미이다. 이 회전율이 2022년 2.1%, 작년에는 3.1%로 떨어졌다. 향후에도 크게 늘어나기 힘들 것이다. 저성장과 저출생 시대가 되면 회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금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파트를 거래하더라도 환금성이 좋은 대단지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려면?

“주거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을 해야 한다. 면적, 가격, 지역, 유형 등 4가지 측면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끔 설계해야 한다. 서울에서 지방, 아파트에서 빌라 등으로 옮기고 남는 돈으로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소유(투자)와 거주를 분리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서울에 좋은 집 한 채를 가진 채 전세를 주고 그 전세금으로 지방 주택에 전세를 살면 여유자금이 생긴다. 그 돈을 배당률이 좋은 ETF에 넣어두는 것이다. 살던 집을 월세로 놓고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사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부동산을 안정적인 월세가 나오는 금융상품으로 보는 접근법이다. 과수원의 경우 면적보다는 생산되는 과실량이 중요하지 않은가?”

저성장, 비대면 시대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위해 배당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금융상품의 비중을 늘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 5월 17일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습./AFP 연합뉴스

- 저출생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수도권 기준으로 15~20년 뒤에는 인구 충격이 올 수 있다. 지방은 이보다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인구수는 줄고 있지만 가구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지만, 인기 지역의 대형 아파트도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현 상황을 유지하거나 더 오르는 추세이다. 앞을 내다볼 때는 먼 미래와 가까운 미래를 구분해야 한다. 지금은 인구 감소보다 공급 절벽이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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