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5대 은행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이다. 5대 은행 직원들이 조기 희망퇴직을 신청해 받은 평균 퇴직금 총액은 6억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작년에 은행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역대 최고 수준의 금액을 출연했지만, ‘이자 장사’로 연봉과 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기존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연봉, 기업 근로자의 2.2배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이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5대 은행의 직원(임원 제외)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평균 연봉은 2021년 1억492만원으로 처음 1억원을 넘긴 뒤, 2년 만에 1억100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1억1566만원), NH농협은행(1억1069만원), 우리은행(1억969만원), 신한은행(1억898만원) 순이었다. 5대 은행의 작년 평균 연봉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집계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5053만원)의 2.2배에 달하는 것이다.

작년 5대 은행의 평균 희망퇴직금(특별퇴직금)은 3억6168만원으로 2022년의 3억5548만원보다 1.74% 늘었다. 시중은행은 고연봉자나 저성과자를 정년보다 먼저 내보내기 위해 법정 퇴직금에 더해 수개월에서 수년치 월급을 얹어주는 조기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작년에 희망퇴직금을 가장 많이 준 곳은 하나은행(1인당 평균 4억915만원)이었다. 우리은행(4억265만원)도 4억원대를 기록했고, KB국민은행은 3억8100만원을 지급했다. NH농협은행(3억813만원)과 신한은행(3억746만원)의 희망퇴직금은 3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20년 이상 일한 직원이 희망퇴직을 하는 경우, 보통 1억5000만~2억원가량의 법정 퇴직금도 받기 때문에 은행을 나오면서 평균 6억원쯤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취·창업 준비금, 자녀 대학 등록금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은행도 있다.

그래픽=김의균

◇이자 장사 여전...”이자 외 수익 늘려야”

5대 은행 직원 연봉이 억대에 진입한 후에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은행들이 손쉽게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작년 1월 사이 3%포인트 올라 연 3.5%에 도달한 이후, 1년 5개월간 동결됐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를 벌리면서 영업이나 금융 상품 판매 등에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 은행별 공시에 따르면 작년 5대 은행의 단순 평균 원화 예대금리차(신규 취급액 기준)는 1.38%포인트(p)로, 2022년(1.16%p)보다 0.22%p 커졌다.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1.55%p)가 가장 컸고, 하나은행(1.37%p)·KB국민은행(1.35%p)·우리은행(1.33%p)·신한은행(1.29%p)이 뒤를 이었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은행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 이익이 급증하면서 작년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22조9274억원)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15조2691억원)과 비교해 2년 만에 50%나 불어났다.

이 같은 과도한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사회공헌 금액을 늘리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2023년 은행권 사회공헌 실적은 5732억원(1조617억→1조6349억원)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벌어들인 돈 대비로 따진 사회공헌 비율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2021~2023년 은행권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율은 7.0%에서 7.1%로 큰 차이가 없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자기 잇속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직원들의 연봉·퇴직금을 갑자기 크게 깎을 수도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이자 이익 외에 은행들이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정부도 금융권이 다양한 수익원을 찾을 수 있게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