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이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앞으로 불법 공매도로 적발되면 부당이득금액의 4~6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또한 개인·기관 모두 주식을 빌린 뒤 갚아야 하는 기간이 90일(최대 12개월)로 같아진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이 나고, 오르면 손해를 본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3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제로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11월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올해 6월까지 전면 금지한 이후, 공론화를 통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착수해 금융위‧금융감독원 및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최종 방안이다.

국민의힘은 공매도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는 내년 3월까지 공매도를 계속 금지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기관·개인 공매도 투자 조건 맞춰

개선안에 따르면 공매도 목적의 대차(기관), 대주(개인) 거래의 상환기간은 90일로 통일된다. 연장을 해도 최대 12개월까지만 가능한 것도 같다. 기존에는 기관의 경우, 상환기간에 따로 제약이 없고, 개인은 90일 제한이 있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상환기간을 똑같이 맞춘 것이다. 개인의 경우, 빌린 주식을 도중에 돌려줘야 하는 ‘중도상환요구’를 받지 않아도 돼서 오히려 개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주식을 빌리며 제공해야 하는 담보 비율도 개인과 기관이 같아졌다. 현금의 경우 105% 이상, 주식은 135% 이상이다. 다만 개인은 ‘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120%를 적용하기로 해서 기관보다 공매도 투자 조건이 유리하게 바뀌었다.

◇불법 공매도 처벌도 대폭 강화

정부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과 제재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형은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징역을 가중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국내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금융회사·상장법인 임원선임 제한(최장 10년) 등 시장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차입 공매도, 원천 봉쇄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에 대해 공매도 전산시스템도 만들어진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국내 공매도 거래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공매도 기관투자자가 공매도 전산시스템의 구축 대상이 된다. 작년 11월 기준 외국인 21사, 국내 80사로 잠정 집계된다.

우선, 공매도 기관투자자는 자체 기관내 잔고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기관의 매도가능잔고(보유+차입-상환+기타권리)를 실시간·전산 관리하고, 무차입 공매도 주문이 나가는 것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 이에 더해 기관투자자의 모든 매도주문은 한국거래소에 구축되는 중앙점검 시스템(NSDS: Naked Short-Selling Detecting System)의 점검 대상이 된다. 중앙점검 시스템(NSDS)은 기관투자자의 기관내 잔고관리 시스템에서 산출되는 잔고·장외거래 정보를 보고받고 이를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모든 매매주문 내역과 대조함으로써 무차입 공매도를 3일 내에 전수점검한다. 거래소는 중앙점검 시스템(NSDS) 구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내년 3월말까지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모든 기관·법인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공매도를 소규모로 하거나 1회만 공매도 주문을 내려는 법인도 모두 공매도 내부통제기준을 갖춰야 한다. 공매도 관리부서 지정, 공매도 업무규칙 마련, 공매도 내부통제 관련 정보의 기록·관리(5년 보관) 의무 등이 포함된다.

공매도 주문을 수탁받는 증권사의 확인의무가 강화된다. 현재 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역할은 차입 공매도라는 사실을 통보받는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과 모든 기관·법인투자자의 내부통제기준을 연1회 이상 확인해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확인된 기관·법인투자자에 대해서만 공매도 주문을 수탁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