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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이 급증세를 보이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가계대출을 늘리는 은행에 경각심을 당부한 데 이어, 은행들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확인하고 돈을 빌려줬는지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2%대까지 내리며 대출 영업에 팔을 걷어붙였던 은행들은 당국 압박에 금리를 올리며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가계 빚 급증에 대응 나선 당국

3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17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4월을 기점으로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3000억원가량(703조2000억→708조5000억원) 불었다. 2021년 7월 6조2000억원 증가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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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개인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자산 건전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 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15일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실태에 대한 종합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어겼거나 당초 목표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가계대출을 한 은행은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담대가 주도한 가계 빚 증가세

최근 가계 빚 급증세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이끌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5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각각 전달보다 4조1000억원, 5조4000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5000억원, 5조7000억원 증가했다. 4월, 5월 은행권·2금융권 신용대출이 3000억원씩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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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전세난과 부동산 회복 기대감 속에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 자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1~5월 사이 64%(1만2100→1만9800호)나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금리도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동반 하락한 것도 대출이 불어나는 데 일조했다. 작년 말 연 4.16%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달(셋째 주 기준) 연 3.67%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말 KB국민·신한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년여 만에 연 2%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실시를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렸던 점도 대출 급증을 부채질했다. 스트레스 DSR은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당국 눈치 보며 금리 올리는 은행들

당국의 가계 빚 증가 경고에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포인트 축소했다. 감면 금리 폭을 축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금리를 올렸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도 3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가산 금리를 0.13%포인트 올렸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65∼5.05%에서 연 3.78∼5.18%로, 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연 3~4.4%에서 연 3.13∼4.53%로 높아졌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도 가산 금리 등을 조정해 대출 금리를 높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돈 떼일 염려 없이 비교적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상품이지만 당국 압박 탓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계대출 관련 당국의 모순된 행보를 지적하기도 한다. 대출 한도 규제(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예정일(7월 1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돌연 2개월 연기해놓고서 가계대출 급증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금융부문 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되면 주택담보대출을 한 사람당 수천만원씩 줄일 수 있었음에도 시행을 갑자기 두 달 미뤄 놓고, 은행에 대출 늘리지 말라고 불호령하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