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연내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자 주요 은행들은 이를 반영해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반면 대출 금리는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 압박에 나서면서 오히려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전망까지 나오는 등 당분간 시장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의 수익 원천인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린다. ‘국민수퍼 정기예금’의 금리는 기간과 이자 지급 방식에 따라 연 1.9~2.9%에서 연 1.9~2.7%로 상단이 최대 0.2%포인트 낮아진다. 일반 정기예금도 기간에 따라 0.15~0.20%포인트 내려 연 1.65~2.50% 수준이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상당히 커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일괄적으로 대다수 예금 상품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2022년 10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됐을 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2일부터 만기 3년 이상 예금 상품들의 기본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정기 예금의 경우 상품별로 0.05~0.2%포인트 내려 상품 금리가 연 2.95%로 같아졌고, 적립식 예금 등의 금리도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은행 대출 금리는 시장 금리 흐름과 반대로 오르고 있다. 이달 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는 연 3.030∼5.204% 수준이다. 2주 전인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해 하단이 0.190%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하단이 지난 6월 중순 2.980%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2%대 금리 시대’를 열었으나 한 달 반 만에 끝난 것이다. 이 기간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3.204%로 0.141%포인트 떨어졌으나, 당국의 가계 대출 옥죄기에 은행들이 가산 금리 등을 붙여 대출 금리를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