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차기 총리를 맡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금리 인상에 우호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당선되자 ‘엔화 강세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42.07엔까지 떨어졌다(엔화 강세). 전날 고점보다 4.37엔 내린 것이다.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엔화 가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유력 후보인 두 사람이 통화 정책에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을 ‘올바른 궤도’라고 하는 등 금리 인상에 우호적이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는 등 통화 완화에 우호적이었다. 한때 다카이치 당선이 점쳐지면서 엔화 환율은 146엔대 중반까지 올랐으나, 이날 오후 3시 30분쯤 2차 투표에서 이시바 당선이 확정된 직후 142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엔화 환율은 7월 160엔 선 위로 오르는 ‘수퍼 엔저’를 나타냈지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8~9월 강세로 방향을 바꿨다. 이시바의 영향으로 엔화가 더 강세로 갈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환율전략가는 “단기적으로 엔화가 달러당 140엔을 하향 돌파하는 수준까지의 엔화 강세, 달러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시바는 29일 일본 NHK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은 추세적으로 완화적이어야 한다”며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엔화 강세에 따라 저금리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의 추가 청산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엔화 강세에 따라 청산 가능성이 높은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은 32조7000억엔 수준이다.

엔화 강세 영향에 원화도 강세 추세다. 앞서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에 위안화 강세가 나타내자 원화도 이에 동조해 6개월 만에 환율이 1310원대로 떨어졌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18.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친 원화는, 야간 거래에서 이시바발(發)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이보다 8원 넘게 내린(원화 강세) 1310.1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