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에서 350억원대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이 지난 8월 알려진 데 이어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등 계열사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금융감독원 ‘수시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발생한 부당 대출 규모는 각각 7억원이다. 두 곳 모두에서 통상적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대출이 일어났고, 대출금 일부가 유용됐다. 금감원은 “대출금 유용 혐의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통보했고, 부적정 대출에 관여한 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금융캐피탈 임직원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먼저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올해 1월 A법인에 신용 대출 7억원을 내줬다. A법인은 손 전 회장 처남댁 B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당시 담당자는 이 대출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냈지만, 우리은행 출신 그룹장, 심사부장 등이 개입하면서 대출이 이뤄졌다. A법인이 받은 대출금은 B씨 개인 계좌로 이체돼 개인적 용도로 유용되기도 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지난 2022년 10월 손 전 회장의 장인 C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D법인에 7억원 규모 부동산 담보대출을 내줬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대출금도 일부가 유용됐다.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는 신용 등급 악화, 담보물 시세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채권 보전 조치 없이 만기 연장이 승인됐다.
앞선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9~10월쯤이다. 당시 경영진이 부당 대출에 대해 적절히 조치하지 않은 탓에 저축은행 등 계열사에서 다른 부당 대출이 발생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특히 부당 대출이 은행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계열사로 퍼지면서 은행을 넘어 금융지주를 문책할 수 있는 사안이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과 관련해 오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