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업계 6위인 무궁화신탁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금융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무궁화신탁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릴 예정이다. 적기시정조치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건전성이 악화돼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주식 소각이나 병합, 영업 정지 등 적절한 경영개선조치를 하도록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조치다. 재무 상태에 따라 권고·요구·명령의 3단계 처분이 내려진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업체는 건전성 개선방안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무궁화신탁이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것은 부동산 침체로 재무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 규정에는 금융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기업의 운용가능한 자본을 위험으로 인해 향후 사용해야 할 자금으로 나눈 값)이 150% 미만이면 금융 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무궁화신탁의 NCR은 지난 3분기에 125%를 기록해 150% 아래로 내려왔다. 무궁화신탁은 작년 3분기에 64억원 순이익을 냈지만, 올 3분기에는 165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무궁화신탁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을 하는 영세한 시행·시공사에 대해 보증을 서주고 수수료를 받는 신탁사업을 해왔다. 부동산신탁사들은 사업이 잘 마무리될 경우 전체 공사비의 약 1~2%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왔다. 2010년대 후반부터 오피스텔이나 물류센터 등 적지 않은 수익형 부동산들이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건설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인건비와 공사비 등이 오르고 시장이 악화하자 신탁사들은 부실화된 PF 사업장에 대해 자기 자금을 들여 공사를 마쳐야 하는 처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는 지난해 235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올해는 3분기까지 총 473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