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18일 국내 증시에서 1500억원대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와 시티에 대해 각각 136억7000만원과 47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행법상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를 할 경우 주식을 반드시 ‘사전 차입(借入·빌리기)’ 해야 한다. 사전 차입이 없으면 제한 없이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 주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은행은 주식이 없는 무차입 상태였다가 나중에 빌리는 ‘사후 차입’ 방식으로 공매도를 해오다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불법 공매도 규모는 바클레이스가 1000억원대, 시티는 5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재 수위는 당초 예고한 것보다 크게 낮아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바클레이스에 700억원, 시티에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확정해 증선위로 넘긴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은행이 계열사를 통해 미리 주식을 사들이는 등 불법 공매도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한 점을 인정해 금감원이 산정한 과징금보다 낮게 정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0월 BNP파리바, HSBC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데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불법 공매도를 했는지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증선위는 BNP파리바에 약 110억원, BNP파리바증권에 약 80억원, HSBC에 약 75억원의 과징금을 처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