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강남구 역삼동 트위터코리아 본사 건물에 있는 ‘블루룸 스튜디오’에는 인기 K팝 가수를 초청한 특별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트위터는 이날 지난 10년간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들이 생성한 K팝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K팝 트위터 2020 월드맵’을 공개했다. 사회를 맡은 김연정 트위터 이사는 “지난 한 해에만 61억건의 K팝 관련 트윗이 생성됐다”며 “이제 트위터 하면 K팝, K팝 하면 트위터라고 할 정도로 둘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K팝 산업과 트위터가 공생하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24일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 10년(2010년 7월~2020년 6월)간 K팝을 언급한 트윗 수는 누적 186억 6279만건에 달했다. 트위터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26억명(7월·스태티스타) 수준인 글로벌 1위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플랫폼이다. 같은 기간 트위터 이용자는 3억2600만명으로, 중국 신생 짧은 동영상 앱 틱톡(6억9400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트위터가 전 세계 주요 소셜미디어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연간 수십억건의 K팝 관련 대화가 이곳에서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K팝’ 얼마나 언급됐나 / 그래픽=최혜인

◇트위터, K팝 글로벌 팬덤의 ‘놀이터’로

/연합뉴스

200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트위터는 140자(한글 기준) 분량의 짧은 글로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다. 대부분 회원은 가명(假名)으로 활동한다. K팝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변두리 문화’로 치부됐던 2010년 초창기부터 실명을 가리고 팬덤 활동을 펼치고픈 사람들이 트위터를 찾은 것이다.

23일(현지 시각) UN 총회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BTS)이 트위터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BTS는 정식 데뷔(2013년 6월) 6개월 전인 2012년 12월부터 트위터 계정을 개설했다. LTE 보급 초기인 당시 기획사가 트위터로 ‘자체 마케팅’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팬층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모여들며, BTS는 소셜 미디어를 뒤늦게 활용한 다른 K팝 가수들보다 빨리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게 됐다. 트위터의 ‘자동 번역’ 기능의 덕도 봤다. 멤버들이 한국어로 트윗을 올려도 팬들은 자동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BTS는 2017년 5월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는 인기가 인기를 낳는 선순환으로 연결됐다. BTS는 트위터에서 팔로어 1000만명(2017년 12월)을 달성하는 데 5년이 걸렸지만, 2000만명을 돌파(2019년 5월)하는 데는 1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만년 적자 트위터, K팝으로 ‘부활’

반대로 트위터도 K팝 글로벌 인기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3월 내한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트위터의 부활은 K팝 스타와 팬들 덕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인기를 얻다가, 2010년대 들어서며 이용자 대규모 이탈 및 만년 적자로 위기에 빠졌다. 이를 살려낸 것은 BTS를 비롯한 K팝 가수들의 트위터 마케팅이었다. K팝 스타들의 팬덤이 트위터로 유입되면서, 광고 매출을 비롯한 수익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실제 트위터는 BTS가 빌보드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은 2017년에 첫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BTS 수상 후 1년간(2017년 7월~2018년 6월) 트위터에서 생성된 K팝 관련 트윗양은 40억6400만 건으로, 전년(13억9400만건)보다 26억7000만건 폭증했기 때문이다.

/트위터

이 같은 공생 관계가 성공한 덕분에 최근 1~2년 사이 데뷔한 신인들은 데뷔 전부터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개설해 글로벌 팬층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인다. 한국에서 인지도를 쌓고 해외 진출을 하는 방식이 아닌,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게 된 것이다. 김연정 트위터 이사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 때문에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아도 해외에선 ‘수퍼스타’ 대접을 받는 그룹이 많은 만큼, K팝 붐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