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에 한 해 수천건씩 요구하는 콘텐츠 삭제 요청이 정부 내에서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의원은 7일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구글에 요청한 6143건의 콘텐츠 삭제 요청 중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요청한 것은 3056건(49.7%)에 불과했다”면서 “나머지는 어느 부처에서 어떤 이유로 이뤄진 것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인터넷 콘텐츠의 위법성이나 유해성을 판단해 그 배포를 막을 수 있는 공식적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으로, 인터넷 업계는 지금까지 삭제 요청의 대부분이 방심위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방심위와 협의 없이 각각 삭제 요청을 해왔고, 이 내역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의 콘텐츠 삭제가 상당히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구글이 정부 각 부처에 원스톱으로 간편하게 콘텐츠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신청 사이트를 제공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웹사이트에서 신청자의 소속과 연락처, 삭제할 콘텐츠 주소, 해당 콘텐츠가 불법인 이유 등을 입력하면 손쉽게 유튜브 동영상 등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대부분(85%)이 실제 콘텐츠 삭제로 이어졌다.

구글은 2018년 하반기부터 이러한 기능을 우리 정부에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왔다. 이후 우리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은 급증했다.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1264건에 그쳤던 우리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은 사이트가 개설된 그해 하반기 2135건으로 69% 늘었고, 2019년 상반기 3792건, 같은 해 하반기 6143건으로 폭증했다.

박 의원은 “이 사이트를 통한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이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있어 오·남용 우려가 크다”면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구글뿐만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에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어떤 이유로 삭제 요청했는지 투명하게 집계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