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윙'을 개발한 LG전자 상품기획 김재근 책임(아래)과 개발리더 이은목 팀장.

개발 기간 1년 4개월. 부품까지 포함해 시제품만 수만 개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기술을 넘어서 노트북PC에 적용된 특허 기술 등 전사(全社)의 기술 역량이 총 집결했다.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윙’ 이야기다.

이 제품은 아래위로 샌드위치처럼 겹쳐 있는 두 화면 중 하나가 옆으로 돌아가며 펼쳐지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위에 있는 6.8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를 돌리면 가려져 있던 3.9인치 보조 화면이 나타난다. 두 화면을 ‘ㅜ’나 ‘ㅗ’ ‘ㅏ’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가로본능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부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LG윙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재근 MC상품기획담당 책임과 이은목 MC연구소 개발팀장을 만나 이 제품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김재근 책임은 “시장 조사를 해보니 단순히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영상을 자주 보는 수준을 넘어 영상을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고 일상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김 책임은 “그래서 화면을 가로로 돌려도 다른 화면으로ㅁ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검색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현 시장에서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트북PC, 고급 가구에 쓰는 기술도 투입

LG윙 개발팀은 사용자가 화면을 옆으로 돌릴 때 고급스러운 ‘손맛’을 느끼는 데 목표를 뒀다고 한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2개의 스프링(용수철)을 탑재해 메인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끝까지 밀지 않아도 툭 치면 알아서 돌아가도록 했다. 또 화면이 돌 때 화면끼리 ‘탁’ 하고 부딪히지 않고 부드럽게 회전하도록 고급 서랍장에 쓰이는 ‘유압식 댐퍼(damper)’ 기술을 적용했다. 이은목 팀장은 “유압식 댐퍼와 이중 스프링은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난관은 무게와 두께였다. 화면이 두 개인 데다 화면 회전을 위해 부품을 추가로 넣다 보니 개발 초기 시제품 무게는 300g이 넘었다. LG전자는 초경량 노트북PC ‘그램’에 들어간 기술을 LG윙에 투입했다. 금속 부품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면서 내구성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힌지(경첩)에 들어가는 부품도 최소화해 최종 제품 무게를 260g까지 낮췄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282g)보다 20g가량 가볍다. 이 팀장은 “새로운 폼팩터(형태)에서는 가장 가벼운 무게”라고 말했다.

LG윙은 지난 6일 출시 이후 “영상 감상과 촬영에 최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가로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부족하고, 일부 게임 앱 조작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책임은 “여러 협력·관련 업체들과 윙 전용 앱 개발을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전 세계 앱 개발자들이 윙에 맞는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자 사이트도 열었다”면서 “LG윙의 진짜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