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기간 1년 4개월. 부품까지 포함해 시제품만 수만 개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기술을 넘어서 노트북PC, 프리미엄 가전에 적용된 특허 기술 등 전사(全社)의 기술 역량이 총 집결했다.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윙’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LG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김재근(아래) LG전자 MC상품기획담당 책임, 이은목 MC연구소 개발팀장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윙’을 들고 있다. 이들은 “화면이 옆으로 돌아가는 폰은 처음이다보니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이 제품은 아래위로 샌드위치처럼 겹쳐 있는 두 화면 중 하나가 옆으로 돌아가며 펼쳐지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위에 있는 6.8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를 돌리면 가려져 있던 3.9인치 보조 화면이 나타난다. 두 화면을 ‘ㅜ’나 ‘ㅗ’ ‘ㅏ’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가로본능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부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LG윙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재근 MC상품기획담당 책임과 이은목 MC연구소 개발팀장을 만나 이 제품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김재근 책임은 “시장 조사를 해보니 단순히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영상을 자주 보는 수준을 넘어 영상을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고 일상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김 책임은 “그래서 화면을 가로로 돌려도 다른 화면으로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검색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현 시장에서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윙 개발팀은 사용자가 화면을 옆으로 돌릴 때 고급스러운 ‘손맛’을 느끼는 데 목표를 뒀다고 한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2개의 스프링(용수철)을 탑재해 메인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끝까지 밀지 않아도 툭 치면 알아서 돌아가도록 했다. 또 화면이 돌 때 화면끼리 ‘탁’ 하고 부딪히지 않고 부드럽게 회전하도록 고급 서랍장에 쓰이는 ‘유압식 댐퍼(damper)’ 기술을 적용했다. 이은목 팀장은 “유압식 댐퍼와 이중 스프링은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난관은 무게와 두께였다. 화면이 두 개인 데다 화면 회전을 위해 부품을 추가로 넣다 보니 개발 초기 시제품 무게는 300g이 넘었다. LG전자는 초경량 노트북PC ‘그램’에 들어간 기술을 LG윙에 투입했다. 금속 부품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면서 내구성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힌지(경첩)에 들어가는 부품도 최소화해 최종 제품 무게를 260g까지 낮췄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282g)보다 20g가량 가볍다. 이 팀장은 “새로운 폼팩터(형태)에서는 가장 가벼운 무게”라고 말했다.

LG윙은 지난 6일 출시 이후 “영상 감상과 촬영에 최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가로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부족하고, 일부 게임 앱 조작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책임은 “여러 협력·관련 업체들과 윙 전용 앱 개발을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전 세계 앱 개발자들이 윙에 맞는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자 사이트도 열었다”면서 “LG윙의 진짜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