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개최된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의 온라인 티켓값은 3만9000원이었다. 하지만 IT업계에선 “내년엔 최소 20% 인상된 4만6800원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이 2021년부터 자사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모든 앱에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BTS의 티켓을 판매하는 앱 ‘위버스샵’도 상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국내 앱 개발자, 콘텐츠 제작사 등의 거센 반발에도 수수료 30% 확대안을 밀어붙이면서 국내 앱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원래 국내에선 앱 내에서 현금 거래가 많은 게임 등 일부 앱을 제외하곤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은 지난 9월 “모든 앱에 구글의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앱 결제는 구글의 자체 결제망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챙긴다. 구글플레이는 국내 앱 장터 시장에서 63.4%를 차지하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의장에서 진행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정책 확대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피해 추정 및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업계·학계 등의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 비난 쏟아지자 일정 연기한 구글

업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구글은 23일 내년 1월부터 신규 앱에 적용하려던 수수료 30% 정책을 내년 9월 말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애초 구글은 신규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구글은 “많은 국내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해 신규 앱의 경우에도 유예기간을 2021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애플이 수수료를 낮추자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앱 결제로 30% 수수료를 받고 있는 애플은 지난 18일 내년 1월부터 연매출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의 중소 개발사에 대한 수수료를 15%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수수료 확대를 고집하는 구글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게 일어났었다. 국내 IT업계와 스타트업은 24일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예고까지 했다. 한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장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꼼수”라며 “애플처럼 수수료를 낮춘다는 것도 아니고, 여러 반발에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매출 2조원 수수료로 증발”

지난 2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한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구글이 수수료 30%를 부과할 경우, 기업들은 매출이 2조1127억원 정도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모바일 콘텐츠 결제액이 매년 증가하면서 구글이 수수료로 챙기는 금액은 2025년 3조496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 고정 사업장(서버) 없이 싱가포르 구글아시아퍼시픽의 사무소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국내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거의 안 내고 있다.

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법안의 핵심은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23일 구글의 일정 연기 방안이 발표된 직후 국회 과방위 야당 위원들은 “구글은 단순한 유예가 아니라 수수료 인하 등 전향적인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와 개발자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협은 “구글의 일정 연기는 명백하게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는 전략”이라며 “좀 더 법안을 숙고해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목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개정안 추진력이 크게 약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앱결제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구글·애플 등 앱 장터 운영 업체가 만든 시스템에서 결제하는 방식. 구글·애플 등 앱 장터 업체는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를 최대 30% 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