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20년 이상 이어져 온 공인인증서의 시대가 10일 막을 내린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이날 시행되면서다. 이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민간 인증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통신 3사가 운영하는 패스(PASS) 인증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기존 금융업체 등의 전자인증서가 남은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공인인증서 대신 사설 인증 서비스를 이용한 연말정산도 가능해지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신 3사 ‘패스’가 선두

그동안 금융 결제에 널리 쓰였던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명칭이 바뀌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재발급 절차로 인해 상당수 이용자가 민간 인증서로 넘어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선두 주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공동으로 내놓은 패스 인증 서비스다. 패스 앱에서 6자리 핀 번호를 입력하거나 지문 등 생체 인증을 하면 1분 내에 발급이 가능하다. 발급받은 인증서는 3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패스는 지난 11월 말 기준 2000만건을 돌파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IT 기업들도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네이버 앱·카카오톡·토스 앱 등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자체 플랫폼이 있어 빠르게 시장을 확장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 초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었다. 따로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과 연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카카오톡 내에서 ‘더보기’ 탭을 누르고 카카오페이 화면으로 이동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인증서를 통해 본인 확인이 필요할 경우 카카오톡 메시지나 앱을 통해 인증 과정만 거치면 된다.

카카오는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카톡 디지털 지갑에도 인증 서비스를 적용할 방침이다. 카톡 지갑은 실물 지갑처럼 카톡에 신분증·자격증·증명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로, QR체크인과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이 담길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톡 지갑에 모바일 신분증이나 자격증을 연동할 때 기본적으로 본인 인증이 필요해 인증 서비스를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토스도 뛰어들어

금융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네이버도 지난 3월 인증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인증서로 본인 확인을 한 후 전자고지서를 열람하고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각종 요금 납부를 할 수 있다. 네이버 인증 서비스는 네이버가 개발한 웨일 브라우저에도 탑재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인증서는 현재 200만건이 발급됐다. 금융 서비스 업체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 중인 ‘토스인증서’는 지난 9월 누적 발급 건수 1700만건을 기록했다. 앱에서 지문 인식, 핀 번호 입력으로 본인 인증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NHN페이코는 지난 9월 ‘페이코 인증서’를 출시했다. 삼성SDS와 블록체인 기술 협력을 통해 인증 발급 등 사용 이력을 클라우드 블록체인에 저장해 보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시중 은행들도 자체 인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KB모바일 인증’을 출시해 가입자가 530만명을 넘겼다. 생체인식이나 패턴 인식으로 로그인하기 때문에 기존처럼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나 보안카드가 없어도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따로 없어 갱신할 필요도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 스마트폰 기종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간편 인증 서비스인 ‘NH원패스’를 내놨다. 다른 은행들도 자사 모바일 앱에서 자체적으로 생체인증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