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3시간씩 소셜미디어를 하는 직장인 임모(30)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한 화장품 브랜드의 립밤 광고를 보고 클릭해 쇼핑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제품 6개를 무더기로 구매했다. 사려던 제품도 아니었고, 화장품이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임씨는 “인스타그램 앱을 켤 때마다 똑같은 광고가 반복해서 보이니까 나도 사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며 “인스타그램 때문에 많을 땐 한 달에 20만원까지 충동구매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의 최종 목적은 ‘광고 수익’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끝없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이용자를 스마트폰에 잡아두려는 이유는 광고 수익 때문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98%나 된다. 이용자가 소셜미디어 화면에 오래 갇혀 있을수록 많은 광고를 보여줄 수 있고, 그만큼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수익은 늘어나는 구조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래픽=박상훈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인맥 기반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면 보통 게시물을 4~5개 보는 동안 1~2건 정도의 광고에 노출된다. 유튜브에서는 영상 길이에 따라 한 번에 4~5개 이상의 광고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셜미디어에 자주 접속하면 충동구매 확률은 높아진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이용 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52%)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2019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92%는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보고 제품을 클릭하거나 페이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85%는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보고 해당 제품을 검색한 적이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광고 노출 빈도나 방식을 이용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광고를 자주 클릭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광고를 보여주고, 잘 클릭하지 않거나 광고가 보였을 때 소셜미디어를 나가는 사람에게는 더 조심스럽게 광고를 보여준다. 이용자가 광고에 싫증을 느껴 접속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광고의 내용이나 개수도 알고리즘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다.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를 담당했던 트리스탄 해리스는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 출연해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IT 기업에는 ‘시작 목표, 성장 목표, 광고 목표’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시작 목표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든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이용하도록 만들어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이고, 성장 목표는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찾게 만들고 친구들을 초대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광고 목표는 광고를 노출시켜서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해리스는 “각각의 목표는 수치들을 올리기 위해 사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고 했다.

◇광고도 콘텐츠 추천처럼 ‘타깃형’으로

맞춤형 콘텐츠처럼 소셜미디어 광고는 철저한 ‘타깃형’이기도 하다. 구매할 확률이 높은 사람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광고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은 광고 타깃을 좁힐 때 콘텐츠 추천에서처럼 막대한 정보를 동원한다. 성별·나이·주소·직장·결혼 여부·자녀 유무 등의 개인 기본 정보는 물론 검색어 기록과 방문한 사이트 이력, 위치 정보, 기념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구독 채널과 가입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광고 영상 시청 여부 및 시청 길이 등도 모두 수집 대상이다.

대기업 소셜미디어 마케팅 담당자는 “갓난아이를 둔 젊은 직장인의 소셜미디어에 분유·기저귀 광고가 뜨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소셜미디어는 최근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부터, 어떤 브랜드의 얼마짜리 제품을 원하는지까지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기술 발달로 각종 무선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면서 알고리즘은 일상 깊은 곳까지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직장인 조모(30)씨는 “최근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 기능을 켜둔 채 ‘휴지 떨어졌네, 사야겠다’고 혼잣말을 했는데, 이후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켜자마자 여기저기서 휴지 광고가 떠 너무 놀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텍사스주(州) 등 10주는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을 ‘거대한 광고업체’라고 지적했다. 해당 주들은 “(구글의) 검색 엔진은 무료가 아니다”라며 “구글에서 손쉽게 검색 결과를 얻는 대가로 이용자는 자신의 개인 정보를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