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차기 CEO(최고경영자)에 오르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모바일 분야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핵심 영향력을 가진 퀄컴을 위한 자리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에 통신이 만들어내는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줬습니다. 퀄컴 같은 통신 기업들에게 다시 황금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통신 반도체 업체인 미국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은 21일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유용성을 확인하는 데만 5~10년이 걸린다”면서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원격진료 같은 기술이 3~6개월 만에 확산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 시작된 변화는 (코로나가 종식돼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화상 채팅 기업 ‘줌(Zoom)’ 사례처럼 새 기술이 등장하고, 이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바꿔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생기는 만큼 다른 기업들도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최악 위기, 기술력으로 극복한 퀄컴

1995년 엔지니어로 퀄컴에 입사한 아몬 사장은 오는 6월 말 스티브 몰런코프 현 CEO(최고경영자)의 뒤를 이어 퀄컴 CEO에 오른다. CEO 선임 이후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IT 업계에서 브라질 캄파나스대를 졸업한 학사 출신 아몬 사장의 CEO 선임은 획기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퀄컴 관계자는 “아몬 사장은 퀄컴의 대표 제품인 통신용 칩셋 ‘스냅드래건’ 개발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며 “퀄컴이 철저하게 기술과 능력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아몬 사장은 지난해 퀄컴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5G(5세대) 기기 보급'을 비롯한 중요한 성과들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완전히 다른 환경에 맞춰 신속하게 업무를 조정했다”면서 “현장 필수 근로자의 수를 제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제품 생산도 적기에 해냈다”고 했다.

아몬 사장은 “올해 전 세계 5G 기기 판매량은 5억대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5G가 증강현실·가상현실·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며 모든 산업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퀄컴이 발표한 차세대 칩셋 ‘스냅드래건 X65’의 성공도 자신했다. 그는 “스냅드래건 X65는 모바일에서 유선 광케이블과 비슷한 속도를 구현했고, 더 넓은 커버리지와 배터리 수명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5G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IHS마킷의 조사에 따르면 5G는 2035년 13조1000억달러 규모의 매출과 228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퀄컴에 있어 5G가 역사상 가장 큰 기회인 이유”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컴퓨팅의 미래라고도 했다. 그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스마트폰에 추가하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서 “4G LTE 기술이 음악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5G는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최근 몇 년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2017년 애플이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받고 있다”며 270억달러(약 30조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M&A(인수·합병)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위기 극복의 비결은 압도적 기술력이었다. 애플은 2019년 5G 시장이 열리자 퀄컴에 소송 비용과 로열티 등 60억달러를 물어주며 백기투항했다. 퀄컴 없이는 5G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계 자본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퀄컴의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오는 6월 차기 CEO(최고경영자)에 오르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모바일 분야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핵심 영향력을 가진 퀄컴을 위한 자리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아몬 사장은 “모바일 분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핵심 역량을 가진 퀄컴을 위한 자리는 항상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바일은 어디에서나 사용되기 때문에 퀄컴이 어느 분야에 진출하든 모든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퀄컴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통신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로드맵 자체를 선도하는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퀄컴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후발 주자들이 뛰어들면 또 새로운 기술을 내놓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추구하는 ‘초격차’와 비슷한 전략이다. 5G 시장에서도 퀄컴은 기술력과 안정성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퀄컴 통신칩의 5G 시장 점유율은 40%로 2위 대만 미디어텍(22%)을 압도한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애플이 A시리즈로 자체 모바일 칩셋을 생산하지만 두 회사 모두 최신 제품에는 대부분 퀄컴 칩셋을 탑재한다.

퀄컴과 한국은 애증의 관계이다. 퀄컴은 1990년대 한국 전자통신연구원(ETRI)·SK텔레콤 등과 함께 CDMA(2세대 디지털 이동통신)를 상용화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에 과도한 로열티를 받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아몬 사장은 “퀄컴의 기술이 한국과의 협력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파트너들과 더 많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퀄컴은 최근 삼성전자에 차세대 주력 제품인 X65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