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마크 리우<사진> 회장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최대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불안해진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재기하며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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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대만반도체산업협회 행사에서 “현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코로나 이후 IT 기기 수요 급증, 디지털 전환 흐름이 겹치면서 생긴 측면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기업들의 사재기가 촉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무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자 경쟁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꺼번에 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섰고 그 결과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리우 회장은 “반도체 수요가 실제 필요한 것보다 과하게 표출되고 있다”며 “반도체 주문이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생산량은 실제 수요를 능가하고 있기 대문에 향후 미·중 협상에 따라 반도체 대란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리우 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이후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국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현실적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이 삼성전자와 TSMC를 대상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종용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지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을 늘려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리우 회장은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팹(생산설비) 규모를 확대해 자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현실적”이라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자국 지역으로 옮기거나 자체 생산 시설 확보에만 치중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미국·유럽이 최소 2~3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더라도 삼성전자와 TSMC에 맞서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힘들뿐더러, 수요가 줄어들 경우엔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