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애플에 내줬던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판매량 기준)를 올 1분기에 되찾았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애플은 물론 중국 업체들에도 밀리며 4위까지 주저앉으면서 불안감을 던졌다.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작년 1분기 점유율 35%로 1위에 오르며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 1년 만에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비상이 걸렸다. 급성장하는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2011년 이후 10년째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1위를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5년 만에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부 경영 진단에서도 5G 스마트폰 전략이 집중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5G 시장 4위로 추락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1700만대를 생산해 점유율 12.7%에 그쳤다. 4040만대를 생산해 점유율이 30.2%에 이른 1위 애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국 오포(2160만대), 비보(1940만대)보다도 못한 성적표이다. 여기에 중국 샤오미(1660만대)는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이 같은 성적표에는 세계 최대 5G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국은 5G 스마트폰 판매에서 전 세계의 5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만 해도 갤럭시 브랜드를 내세워 중국에서 20%에 이르는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반한 감정이 확산하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난 데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점유율이 1% 밑으로 급락했다. 프리미엄 제품 시장은 애플이 차지했고, 중저가 시장은 화웨이·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면서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반등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경영진이 매달 중국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중국 특화 모델 갤럭시C(China·중국) 시리즈와 온라인 시장을 겨냥한 초저가 기종 갤럭시온까지 선보였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사실상 중국 소비자들 머릿속에서 잊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 재도전했다. 중국 내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현지 업체에 위탁 생산을 맡겼고, 지역 본부와 사무소를 통합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하지만 0.8%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0.6%로 오히려 더 내려갔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 경영 진단에서도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가 무엇이 다른지, 5G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퍼 사이클, 삼성엔 위기이자 기회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5G 단말기 출하량은 6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다른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도 5G 스마트폰의 연간 출하량이 지난해 2억1326만대에서 올해 5억3853만대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최대인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꿈꾸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주요 장비·부품·소프트웨어 수입이 막힌 화웨이가 아직 건재한 것도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 정부 역시 5G 장비와 스마트폰, 운용 기술 모두에서 세계 통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흐름을 바꾸려 중저가 제품과 중국 업체에 앞서 있는 폴드 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A시리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40만원대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A42 5G에 이어, 갤럭시 A32 5G, 갤럭시 A22 5G 등을 잇따라 출시한다. 애플 아이폰이 강세를 보이는 고가 시장에서는 폴더블폰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스마트폰 신제품을 8월 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갤럭시Z플립3는 출고가가 전작(165만원)보다 50만원 이상 낮아져 100만원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우수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