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21 올림픽 에디션

지난 20일 일본에서 삼성전자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1의 올림픽 에디션(특별 한정판) 사전 예약이 시작됐다. 뒷면에 오륜기가 새겨져 있고 배경화면과 제품 포장 디자인에 도쿄올림픽 테마가 적용된 제품이다. 하지만 현지 통신사 NTT도코모만 나설 뿐 올림픽 메인 스폰서인 삼성전자는 아무런 이벤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5000명이 넘고 대회 취소 여론마저 높은 흉흉한 현지 분위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림픽 마케팅을 언제 시작할지도 못 정하고 있다”며 “1998년 올림픽 후원을 시작한 이래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한 차례 연기됐던 도쿄올림픽 개막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이 대회 개막(7월 23일)을 2개월 앞두고도 마케팅 활동을 못 해 발만 구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 갤럭시S20 올림픽 에디션 사전 예약을 받았다가 대회 개최가 미뤄져 준비한 물량을 모두 폐기했다. 통상 대회 개막 2~3개월 전부터 현지에 부스를 차리고 TV 광고를 포함한 떠들썩한 올림픽 마케팅을 하지만 작년 3월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역시 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는 이달 초 일본 내 성화 봉송이 잇따라 중단되자 관람객에게 음료와 기념품을 나눠주려던 행사를 취소했다. 일본 주류 업체 아사히는 한정판 맥주 상품 판매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폰서 14개 기업이 도쿄올림픽에 낸 후원금액은 무려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도쿄 도심에 지상 6층·지하 1층 규모의 세계 최대 스마트폰 매장을 열었다. 이곳을 올림픽 마케팅의 전진기지로 삼아 미미한 일본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같은 해 7월엔 일본에서 갤럭시S10 올림픽 에디션을 발매했다. 하지만 작년 3월 이후 모든 것을 접은 상태다. 일본 정부는 개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회를 무관중으로 치르거나 일본 국민만 입장시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림픽 홍보 효과가 반감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림픽이 ‘일본 전국 체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마케팅을 할 의욕이 꺾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자율주행·로봇·수소차 등 각종 첨단 기술·제품을 알리려던 일본 기업들도 울상이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도요타는 올림픽 개최에 맞춰 개발한 자율주행 버스를 선수촌에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거액을 들여 개발한 기술 성과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가타 준 도요타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달 “올림픽 개최 강행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체 로손은 생체 인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계산대가 없는 무인(無人) 점포를 올림픽 개최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보류했다. 일본 항공사 ANA는 도쿄 내 관광명소·백화점에 안내 로봇을 1000대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해외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로봇 규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