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내 패션 플랫폼 1위 기업인 ‘무신사’에 삼성전자의 TV·에어컨·냉장고 등 대형 가전이 정식 입점했다. 무신사의 주력 제품은 의류나 신발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무선 이어폰과 같은 소형 전자기기를 판매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제 설치가 필요한 대형 가전을 상시적으로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대형 가전이 입점하면서 무신사에서 판매되는 가전 제품은 167가지나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가전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주요 가전은 모두 무신사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가전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온라인 전문 쇼핑몰로 판매망을 앞다퉈 넓히고 있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인 지마켓·11번가·네이버쇼핑이 아니라,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패션·식품 온라인 쇼핑몰에도 경쟁적으로 입점하고 있는 것이다. 무신사 외에도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으로 인기를 얻은 마켓컬리, 회원 50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패션 쇼핑몰 ‘W컨셉’이 대표적이다. 가전업계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세련된 이미지가 강한 ‘이색몰’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마켓컬리 스마트폰 앱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의 TV 제품. 마켓컬리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28일까지 '가전·리빙 할인전'을 열고 삼성전자·LG전자의 가전제품을 판매한다. /마켓컬리

◇삼성·LG, 이색몰에 입점 경쟁

27일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 2위 기업인 ’29CM’에는 LG전자의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숍이 정식 입점했다. 회원의 대부분이 25~45세로 젊은 29CM는 원래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대형 가전 판매를 조금씩 늘려오고 있던 플랫폼이다. LG전자는 이날 아예 가전 178종을 한꺼번에 입점시키고, 공기청정기 제품인 ‘LG퓨리케어’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20만원 쿠폰을 발급하는 이벤트도 열며 맞불을 놓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색몰들에 입점하겠다고 협업 제안을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이들 플랫폼에서 열리는 프로모션에 필요한 경품은 가전 제조사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들어서만 삼성전자·LG전자가 입점한 이색몰 개수는 무신사·29CM를 포함해 4개로 늘어났다. LG전자는 지난 24일부터 마켓컬리에 브랜드숍을 개설하고 TV·건조기·스타일러 등 60여종의 제품을 최대 40만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신세계에 인수된 패션 쇼핑몰 ‘W컨셉’에 가전을 입점시키고, 제품 구매 고객에게 최대 131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도 삼성전자가 유기농 식품을 새벽배송해주는 ‘오아시스몰’에 입점해 가전 판매를 시작했다.

◇체급 키워야 하는 이색몰들 ‘화색’

가전업계에서는 “이색 쇼핑몰에 입점하는 것은 절대적인 판매량 증진보다는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해주는 효과를 노린 게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가전 시장에서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 예쁜 가전이 인기인 만큼, 무신사·W컨셉과 같은 패션몰과의 협업을 통해 가전을 전자기기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기농·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몰도 젊은 층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인기가 좋은 곳들이다.

무신사 앱에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 제품이 판매되는 모습. 회원 등급별로 할인가가 적용된다./무신사

이색몰들도 대형 가전 기업의 마케팅 거점으로 변신하는 게 득이 된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4월 사업 외연 확장을 위해 대형 가전·여행 상품 등의 판매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쿠팡도 상장 전인 2018년 ‘로켓설치’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대형 가전 판매에 나서면서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 이색몰들로의 입점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