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라인(팹16) 외부 모습. /TSMC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가뭄, 전력난에 이어 코로나까지 확산되고 있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D램 업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패키징·테스트 업체 등이 몰려있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허브다.

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대만에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산업에도 본격적인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칩 테스트 및 패키징(포장) 회사인 킹위안 전자는 지난 7일 공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6월 생산량과 수익이 최대 35%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직원 7300명 가운데, 238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뿐만 아니라 애플의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물론, 칩 패키징 업체인 그레이트텍 등 여러 반도체 공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소독을 위해 공장을 이틀간 폐쇄키로 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반도체 업체가 밀집된 대만 북부 신주시 지역 공장이 춘제 연휴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한산하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올 초까지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으나 4월 중순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의 신규 확신자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만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물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대만 정부는 6년 만에 물 부족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특히 중부 타이중의 산업단지에 대한 물 공급을 15% 줄였다. 타이중에는 TSMC와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공장들이 있다.

전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가뭄과 폭염으로 전기소비량이 폭증하자 정전이 발생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신주 과학단지 내에 있던 TSMC 공장에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대만 상황은 소수의 핵심 행위자에 의존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위험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