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약 6대4의 비율로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T신설투자(가칭)로 분할하는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SK텔레콤이 통신회사와 투자회사로 쪼개지는 것으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가장 큰 숙제였던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밑그림이 결정된 것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주식의 액면 분할도 추진한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 두 회사로 새롭게 출범한다. 존속회사는 기존 SK텔레콤 사명을 그대로 쓰고, 신설투자회사는 임시 주총 전에 새 이름을 확정할 계획이다. 2018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처음 청사진을 꺼낸 지 3년 만에 개편이 일단락되는 것이다.

◇SK텔레콤, 왜 회사 둘로 쪼개나

현재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지난해 매출 31조9000억원, 영업이익 5조원을 거둔 SK하이닉스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다. 이 같은 지배 구조는 SK하이닉스가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을 할 때 번번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면 지분 전부를 사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지배구조 개편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통신회사 SK텔레콤이 본업 대신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도 주주들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11월 출범하는 신설투자회사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16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다. 신설투자회사는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20%(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40%)만 소유해도 된다. 신설투자회사 대표는 SK그룹이 반도체 중심의 회사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맡는다. IT 업계에서는 신설투자회사가 글로벌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의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신설투자회사는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 기술에 투자해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투자회사는 또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비상장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SK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역할도 맡는다. 중간 지주회사가 된 신설투자회사가 그룹 지주사인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박 사장은 “합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존속회사인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미디어 사업과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주도하는 다양한 신사업 개발에 나선다. 유영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 대표가 존속 SK텔레콤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유·무선 통신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은 SK텔레콤 소속으로 남게 된다. 박정호 CEO는 “SK텔레콤과 SKT신설투자회사로의 분할은 더 큰 미래를 여는 SKT 2.0 시대의 개막”이라고 말했다.

◇액면 분할로 삼성전자와 같은 ‘국민주’ 노린다.

SK텔레콤은 인적 분할과 동시에 액면 분할을 추진한다. 현재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는 액면가 100원인 5주가 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주식 20주를 가진 주주는 액면 분할로 인해 5배 늘어난 100주를 갖게 되며 6대4 분할 비율에 따라 존속회사 주식 60주와 신설회사 주식 39주를 각각 갖게 된다. 1주 미만의 주식은 오는 11월 29일(재상장일) 종가로 환산해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SK텔레콤은 액면 분할을 통해 소액 주주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그 결과 소액 주주 비율이 크게 증가하면, ‘통신주’ 한계에서 벗어나 ‘국민주’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는 액면 분할을 통해 거래량과 주가 상승을 이끄는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