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사진 왼쪽),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15일 사상 처음으로 네이버를 넘어섰다.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1.4% 오른 14만4500원에 마감, 시가총액 64조1478억원을 기록하면서 네이버(63조5699억원)를 약 6000억원 차이로 제쳤다. 지난해 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전만 해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아직 실적에서는 지난해 매출 5조3041억원, 영업익 1조2153억원을 올린 네이버가 매출 4조1567억원, 영업이익 4560억원의 카카오를 앞선다. 하지만 카카오의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과 금융 자회사 상장 기대감이 맞물리며 네이버 천하에 균열을 낸 것이다.

29년 전, 삼성SDS 신입사원으로 함께 출발했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두 사람은 검색과 게임이라는 다른 분야로 출발해 각자 영역에서 우위를 다져갔지만, 최근 쇼핑·금융·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외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금융·메신저 같은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최근 가장 큰 격전이 벌어지는 곳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해외 사업이다.

선공은 이해진 창업자였다. 그는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네이버의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1월 북미 웹소설 1위 업체 왓패드 인수(약 6840억원)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에는 임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왓패드 인수 성공은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비즈니스 모델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우리가 지분 투자를 한) 빅히트(현 하이브)와 협업하는 팬 플랫폼까지 더해지면 미국 시장 성공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모든 분야에서 라이벌이 된 네이버 vs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콘텐츠 올인’을 천명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IT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콘텐츠밖에 없다. K팝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해왔다. 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SM 인수는)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김 의장의 오랜 숙원”이라고 했다. 김범수 의장은 5월 북미 웹소설 업체 래디쉬와 웹툰 업체 타파스를 총 1조1000억원에 사들이며 북미시장에서도 네이버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 회사에서 출발했지만… 판이한 두 거인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동문에 삼성SDS 입사 동기다. 1998년 김 의장이 먼저 회사를 나와 포커·맞고로 유명한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듬해 이해진 창업자도 네이버컴을 설립하고 검색 포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 4월, 두 회사가 전격 합병해 NHN으로 이름을 바꿨다. 네이버는 한게임의 1000만 이용자가 유입되면서 트래픽을 통한 검색 광고 사업을 확장했고, 한게임은 NHN의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했다. 둘의 밀월은 2007년 김 의장이 NHN을 떠나면서 끝이 났다.

두 창업자의 경영 스타일과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다. 김범수 의장은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다. 게임·모빌리티·인터넷은행 같은 신산업 분야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상장시키는 식으로 몸집을 불린다. 현재 카카오의 자회사는 100곳이 넘는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김 의장의 관심사는 현재 돌아가는 서비스보다는, 미래 사업과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공부에 푹 빠졌다고 한다.

반면 이해진 창업자는 금융·밴드·쇼핑 같은 사업 분야를 모두 본사 울타리 안에 사내독립법인 형식으로 묶어두고 키우고 있다. 분사한 웹툰·클라우드·메타버스 분야도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다. “주주의 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 창업자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이 창업자는 서비스에 대한 완벽주의와 철저한 성과주의로 유명하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2012년까지 네이버의 수천 가지 서비스의 문제점과 오류를 지적하고 보완하는 ‘오퍼레이팅 미팅’을 직접 주재했다. 이 창업자는 신입사원들 앞에선 “돈은 못 벌어도 괜찮지만 이용자가 보는 서비스에 실수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