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바이트댄스 본사 모습/조선DB

5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2021-08-05, 모든직원이 앉은자리에서 실업자가 됐다’는 글과 함께 바이트댄스의 에듀테크 자회사 ‘대력교육’의 날인이 찍힌 해고 통지문 사진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가 미성년자에 대한 유료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한지 불과 일주일여만에 대규모 해고러시가 일어난 것이다. 이날 대력교육이 임대한 사무실이 있는 베이징의 한 건물에는 2008년 리먼사태 때를 방불케하는 해고된 직원들이 소지품을 담은 박스를 안고 건물을 우르르 빠져나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력교육은 짧은 동영상 앱 ‘틱톡’으로 글로벌 테크 대기업으로 성장한 바이트댄스가 지난해 10월 출범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98.814%를 소유하고 있다. 앞서 장이밍은 거대한 중국 사교육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력교육 창업과 함께 “향후 3년동안 돈은 벌지 않을 생각으로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올 3월에는 기존 에듀테크 시장의 강자들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 “4개월 안에 1만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관찰보는 “바이트댄스의 도전은 결국 (후발주자가 시장을 선도하는)기적을 만들지 못하고, 감원으로 생존을 구걸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성년자 사교육 서비스 올스톱

베이징상보 등 현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력교육은 현재 1만 4000~1만 5000명 수준의 직원 중 일부 핵심 인력을 제외한 대다수의 인력을 해고할 계획이다. 월급 2개월치의 금액이 해고 보상금으로 지급되며, 남은 연차도 연차수당으로 환산돼 지급될 예정이다. 바이트댄스 측은 다만 “직원을 전부 해고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일부 서비스를 남겨 업무 조정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고된 대력교육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짐을 싸고 있는 모습./웨이보 캡처

대력교육이 당국의 규제에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이 회사가 유아·저학년 청소년을 상대로한 교육 프로그램을 핵심사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대력교육이 운영하는 4~12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1:1 온라인 영어수업 플랫폼인 ‘고고키드’는 모든 수업을 중단하고, 학부모에게 남은 학비를 환불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2~8세 어린이를 위한 AI교육 플랫폼인 ‘과과룽’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수업들도 중단됐다.

대력교육 외에도 대규모 감원에 나선 에듀테크 기업은 많다. 청소년 온라인 교육 플랫폼 ‘가오투’의 창업자 천샹둥은 “회사가 생사의 기로에 선 만큼, 어려운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대규모 해고사실을 알렸다. 이 회사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1만 여명이 해고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해 있는 온라인교육 대기업 ‘하오웨이라이’의 창업자 장방신 역시 “해고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다른 에듀테크 기업 ‘완더우’는 최근 해고 과정에서 항의하는 직원을 상대로 임원이 거친 욕설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대규모 해고, 사회문제 후폭풍 부나

한편 대형 에듀테크 기업의 동시다발적인 해고 러시는 사회문제로도 비화할 조짐이다. 한 해고 직원은 ‘시대의 먼지 한 톨이 개인의 머리위에 얹혀지면 거대한 산이 된다’는 유명 구절을 인용하며 “최근 큰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제 월세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이후 폭발한 온라인 교육 수요로 성과급 잔치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불과 반년여만에 실직자로 전락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중국판 지식인인 ‘즈후’에는 “중소형 에듀테크 기업들은 한번에 회사 직원의 90%를 해고하면서 보상금도 주지 않아 난리가 났다”는 폭로가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