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0.1인치까지 숨겨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풀(full) 스크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2~3㎜ 남짓한 크기의 카메라 구멍까지 없애, 가려지는 부분 없이 전체 화면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배터리 수명·카메라 화질 등에서 업체별로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카메라 구멍처럼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화면을 온전히 구현하는 기술이 향후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공개 예정인 갤럭시Z폴드3에 폴더블(접는)폰으로는 처음으로 화면에서 카메라 구멍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고, 애플·샤오미·오포 등 경쟁 업체들도 속속 관련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00% 화면으로 몰입감 높인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화면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엔 화면 하단에 떨어져 있던 전면 버튼을 화면 위로 옮기고, 이후 각종 센서를 기기 안으로 숨기거나 베젤(테두리) 두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화면 크기를 키웠다. 하지만 전면 카메라는 숨기기 어려워 렌즈 구멍이 화면 일부를 가리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전면 카메라를 화면 밑에 배치하는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을 적용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UDC가 적용된 스마트폰은 전면 카메라 렌즈 위를 디스플레이가 덮고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 렌즈 부분의 디스플레이에는 다른 부분보다 픽셀(화소)이 듬성듬성 배치돼 내부로 빛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는 식이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말 ZTE 등 중국 업체들에서 먼저 선보였지만 사진 화질이 떨어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카메라 렌즈가 디스플레이에 가려 사진이 흐릿하게 찍힌 것이다. 카메라 주변부 화면에서 새어나온 빛도 사진 품질에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공개하는 갤럭시Z폴드3에 뿌옇게 나온 사진의 화질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메라 렌즈가 있는 부분의 디스플레이 화소 크기를 최소화해 빛 투과율을 경쟁사보다 크게 높인 것으로 보인다.

M자형 노치(스마트폰 전면에 카메라·센서를 배치해 화면 일부를 가리는 디자인) 방식을 고집했던 애플도 뒤늦게 풀 스크린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테크크런치 등 미국 IT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디스플레이 창 조절 전자장치’라는 이름의 특허 기술을 미 특허청에 등록했다. 전면 카메라, 광학 센서를 화면 아래에 배치하는 방식은 삼성·샤오미 등 다른 업체와 같지만 롤러블(돌돌 마는) 디스플레이를 위아래로 움직여 카메라 렌즈를 완전히 외부로 노출한다. 카메라 촬영 시 렌즈가 가려지지 않기 때문에 보다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애플은 최근에야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해 실제 상용화는 오는 2023년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년 뒤 UDC 스마트폰 1억대 이상

UDC 기술이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향후 기술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UDC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내년엔 1500만대, 오는 2025년에는 1억1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2 등 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에도 UDC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텃밭이던 유럽·인도에서 샤오미에 시장 1위를 내주는 등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전면 카메라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2~3㎜밖에 안 되지만 기술적인 상징성은 적지 않다”면서 “디스플레이 뒤로 숨겨진 전면 카메라가 화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감도의 이미지센서와 AI의 화질 복원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UDC(Under Display Camera)

스마트폰 화면 아래에 카메라를 배치해 카메라 구멍이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 카메라 렌즈 위를 디스플레이가 덮고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음. 디스플레이 픽셀(화소) 사이로 투과되는 빛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