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창립자 겸 CEO /조선닷컴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인 미국의 엔비디아가 올 2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 금액인 400억달러(47조원)를 들여 작년부터 추진하던 영국의 ARM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올 2분기(5~7월) 매출이 1년 전보다 68% 증가한 65억700만달러(7조6000억원)를 거뒀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63억3000만달러)를 넘어선 호실적이다. 순이익은 작년보다 282% 폭증한 23억7400만달러(2조8000억원)였다.

그래픽처리장치를 포함한 그래픽 사업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87%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등 게임기 판매가 늘었고 그 안에 들어가는 그래픽 칩 판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용 칩이 포함된 컴퓨팅 및 네트워크 부문 매출도 작년 2분기보다 46% 늘었다. 반면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따로 출시한 CMP 칩 매출은 기대보다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호실적에도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15%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가 “규제 기관과의 논의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며 ARM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주요 반도체 업체가 인수·합병될 때는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해 세계 각국과 이해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ARM 인수를 놓고 영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영국 문화부 장관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중단할 것이라는 추측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1억6000만달러 어치의 엔비디아 주식을 현금화하면서 ‘서학개미’들은 떨고 있다. “젠슨 황이 ARM 인수 무산이 수면으로 더 드러나기 전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발표할 때부터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영국의 인수 허가를 받더라도 미국, 중국, EU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ARM은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를 판매하는 회사다. 삼성전자와 퀄컴 등도 ARM의 주요 고객이다. 엔비디아가 ARM을 차지하고 다른 업체와의 거래를 중지시킬 경우 반도체 업계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