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 디즈니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11월 중순 한국에 상륙한다. 국내 OTT 업계에서는 “OTT 시장 1위인 넷플릭스보다 큰 공룡이 온다”는 위기감이 높다. 아이언맨·스파이더맨·토이스토리·스타워즈 같은 글로벌 인기 콘텐츠에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거느린 디즈니가 한국 OTT 시장을 뒤흔드는 포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OTT 업체들은 자체 콘텐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대응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포식자 한국 상륙

밥 차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 시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오는 11월 중순 한국, 대만, 홍콩 등에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진출설이 끊이지 않았던 디즈니플러스가 공식적으로 진출 시기를 못 박은 것이다.

주요 OTT 월간(6월) 사용자 수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출시 2년도 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2분기 말 기준 가입자 2억900만명)가 독주하던 세계 OTT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미 1억2000만명에 이르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2분기 신규 가입자는 1200만명으로 넷플릭스(154만명)를 압도한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e마케터는 내년 말이면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비슷한 수준이 되고 2023년에는 디즈니플러스가 시장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OTT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질주가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흥행 성적 상위 20위 중 해외 영화는 모두 디즈니가 휩쓸 만큼 디즈니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미국 계정을 만들어 이미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한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 OTT 시장에서는 어린이·교육용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고, 디즈니플러스가 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 업체들도 디즈니플러스가 IPTV(인터넷 TV)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처럼 모바일 앱은 자체 서비스하고, 인터넷 TV는 국내 통신 업체와 제휴해 서비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제휴가 결정됐고, KT와도 추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2018년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 시장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계기로 급성장했고, LG헬로비전까지 인수하면서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면서 “디즈니플러스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아마존도 한국 진출할 듯

OTT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다른 해외 OTT 서비스의 한국 진출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애플의 애플 TV플러스 등이 대표적인 후보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 1억명 이상을 보유한 아마존은 이미 일부 작품에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고 최근 영화 007·록키·매드맥스 등을 보유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MGM을 인수하며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도 확충했다. 애플은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선균 주연의 ‘닥터 브레인’과 윤여정·이민호 주연의 ‘파친코’를 하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가입자를 늘리는 것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저작권이나 K팝·K드라마 스타를 활용한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넷플릭스가 이미 한국에서 킹덤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웨이브·티빙·시즌·왓챠 등 토종 OTT 업체들은 자체 콘텐츠 확보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과 방송사들이 웨이브에 2025년까지 1조원, KT가 시즌에 2023년까지 4000억원, CJ ENM(티빙)이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 대한 고려 없이 한국 시장 수성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