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트위터를 통해 서비스 다운 소식을 알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내부고발자의 폭로, 미 상원의 청문회, SEC 제소 등으로 ‘풍전등화’ 상황에 놓인 페이스북이 전 세계에서 6시간 동안 서비스가 마비됐다. 내부 폭로로 “공익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오명을 쓴 데 이어 실질적인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페이스북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죽어가는 회사를 가까이서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일종의 느리고 꾸준한 쇠퇴를 보이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곤경에 처해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미 서부 기준 오전 8시 40분부터 접속이 불가능했다가 6시간이 지난 오후 2시 50분쯤 다시 서비스를 재개했다.

◇6시간 넘게 멈춘 페이스북

페이스북 다운은 미 서부 기준 오전 8시 40분쯤 시작됐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관련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모두 다운됐다. 접속을 시도하면 “DNS(도메인 네임 서비스)에서 실제 주소를 찾지 못했다”는 문구가 뜨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현재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정상이 되도록 조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운 현상은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미 서부 기준 오후 2시 50분쯤에서야 페이스북 접속이 재개됐다. 페이스북 거의 모든 서비스가 일시에 다운되고 서비스 차질 시간이 6시간이 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페이스북의 내부 업무 플랫폼인 워크플레이스도 중단돼 페이스북 직원들은 업무를 하지 못했다. 트위터에는 “페이스북 직원들이 서버와 사물인터넷(IoT)로 연결된 출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회사 내 각종 시설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익명의 페이스북 직원은 뉴욕타임스에 “페이스북에 눈이 내리는 날(Snow day)”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로이터 연합뉴스

테크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다운이 해킹 공격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서로 플랫폼을 구성한 기술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한날 한시에 해킹을 통한 서비스 다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DNS 문제를 지적한다. 서버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내부 실수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로이터는 “보안 전문가들은 내부 실수로 인한 구성 오류가 다운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며 “내부자의 고의 조작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촉발된 서비스 차질이라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정확한 다운의 이유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코너에 몰린 페이스북..이용자 감소로 이어지나

전날 페이스북 내부고발자가 CBS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60분’에 나와 “페이스북은 항상 공익보다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실제 서비스가 차질을 빚으면서 페이스북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보다 4.89% 하락 마감했다.

페이스북이 다운되자 트위터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트위터 등에는 ‘페이스북 삭제(#DeleteFacebook)’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온 몸에 붕대를 감은 페이스북 옆에 트위터가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앉으며 웃고 있는 ‘움짤(움직이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오늘 페이스북은 명백하게 스스로를 삭제했다(Self Deleted)”고 썼다.

트위터에 올라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풍자 사진.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서비스 다운을 직접 고치고 있는 듯한 합성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테크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번 폭로와 서비스 차질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휩싸일 것으로 본다. 자칫 서비스 이용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페이스북이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인스타그램의 해악성을 알면서도 이를 방관한 사실, 유명인이 올리는 가짜뉴스와 혐오 게시물은 삭제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며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페이스북은 또 오는 5일 추가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 청문회에는 페이스북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이 직접 등장해 페이스북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