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자의 폭로, 미 상원 청문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소 등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6시간 동안 마비됐다. 각종 스캔들을 해명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핵심 서비스까지 멈춰 서면서 페이스북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은 죽어가는 회사를 가까이서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일종의 느리고 꾸준한 쇠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미 서부 시각 기준 오전 8시 40분부터 접속이 끊겼다가 6시간이 지난 오후 2시 50분쯤에야 정상화됐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4.89% 폭락했다.

넘쳐나는 풍자 사진 5일(현지 시각)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와츠앱이 6시간가량 동시 마비되면서 경쟁 SNS인 트위터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장면 등을 이용한 풍자 사진들이 확산됐다. 달고나로 만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와츠앱 로고는 깨진 반면 트위터 로고만 제대로 잘려진 모습(맨 위쪽),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서버를 고치는 듯한 합성 사진(가운데), ‘오징어 게임’ 속 한 참가자(트위터)가 넘어지려는 다른 참가자(페이스북 서비스들)를 붙잡는 모습들이 화제가 됐다. /트위터캡쳐

◇6시간 넘게 멈춘 페이스북

이날 장애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 페이스북의 모든 서비스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접속을 시도하면 “DNS(도메인 네임 서비스)에서 실제 주소를 찾지 못했다”는 문구가 뜨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현재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정상이 되도록 조치 중”이라고 했지만 이런 현상은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미국 CNBC는 “페이스북은 2008년 24시간 넘게 서비스가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용자가 8000만명에 불과했다”면서 “현재 페이스북 이용자는 30억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내부 업무 시스템인 워크플레이스도 동시에 다운되면서 페이스북 직원 업무도 마비됐다. 트위터에는 “서버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출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직원들이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회사 내 각종 시설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익명의 페이스북 직원은 뉴욕타임스에 “페이스북에 눈이 내리는 날(Snow day)”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사과와 관련해 “데이터센터 간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조정하는 통신 기기(라우터) 설정이 잘못된 것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 기기가 페이스북 서비스의 데이터 트래픽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면서 과부하가 걸려 연쇄적으로 서비스가 다운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먹통 사태가 6시간이나 계속됐다는 점에서 인터넷 연결 프로그램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거나 심지어 내부자들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너에 몰린 페이스북… 이용자 감소로 이어지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서비스가 복구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 장애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하기 위해 우리 서비스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트위터에는 ‘페이스북 삭제(#DeleteFacebook)’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온몸에 붕대를 감은 페이스북 옆에 트위터가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앉으며 웃고 있는 ‘움짤(움직이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오늘 페이스북은 명백하게 스스로를 삭제했다(Self Deleted)”고 썼다.

테크 업계에서는 청소년에게 미치는 인스타그램의 악영향을 알면서도 묵살한 것, 유명인이 올리는 가짜 뉴스와 혐오 게시물은 삭제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미 스캔들에 휩싸인 페이스북이 서비스 차질까지 빚으면서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미디어 업체에 가장 치명적인 ‘이용자 이탈’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은 서비스로 인한 사용자들의 데이터 손상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