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언스플래시 칼 라바다

첨단 테크의 중심지인 미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사람 절반(56%)이 수년 내 실리콘밸리를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내에서도 악명 높은 비싼 집값과 생활비 때문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높은 집값 등을 이유로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는데, 그 배경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12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 지역 비영리단체인 ‘조인트벤처실리콘밸리’는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지난 9월 22~26일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16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실리콘밸리 내 거주 만족도가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셀 핸콕 조인트벤처 CEO는 “실리콘밸리는 오랜 기간 높은 집값과 극명한 소득 격차, 수많은 지속가능성 문제로 위태로웠다”며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며 숨막힐 정도의 불안감이 생겼다”고 했다.

12일(현지시각) 조인트벤처실리콘밸리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올 9월 실리콘밸리 주민 16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전체 응답자 중 56%가 수년 내 실리콘밸리를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조인트벤처실리콘밸리

◇“바보야, 문제는 집값이야”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최근 5년간 실리콘밸리에서의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악화했다고 봤다. 전체 중 71%는 생활 만족도가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정치 성향이 공화당쪽인 사람들 중 92%는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것이 갈수록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성향 주민들 중 60%도 현재의 거주 만족도에 불만을 표했다.

이들은 집값과 생활비, 잦은 산불과 가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집값과 생활비가 큰 문제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전체 중 92%, 90%였다. 샌프란시스코 원룸의 월세는 평균 3000달러(360만원) 정도다. 대형마트의 채소나 과일, 우유 가격 등은 같은 캘리포니아 도시인 LA나 샌디에이고보다 10~20%씩 비싸다.

전체 중 78%는 실리콘밸리 내 비싼 의료비용도 큰 문제라고 응답했다. 매년 가을이면 반복되는 산불로 인한 공기질 저하,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뭄 현상도 전체 응답자의 80% 이상이 문제라고 여겼다.

전체 응답자 중 56%는 수년 내 실리콘밸리를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1년 전 응답보다 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히 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53%도 ‘탈 실리콘밸리’를 꿈꿨다.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이유로는 비싼 집값와 주거비, 높은 세율 등이 거론됐다. 핸콕 CEO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있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집값이야’라는 말이 통한다”며 “실리콘밸리는 커리어를 쌓는 덴 좋은 지역으로 꼽히지만, 가족을 부양하거나 은퇴해 거주하는 덴 부적합한 곳이라는 응답이 과반”이라고 했다.

12일(현지시각) 조인트벤처실리콘밸리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올 9월 실리콘밸리 주민 16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전체 중 29%가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조인트벤처실리콘밸리

◇코로나 여파 못 피한 실리콘밸리

코로나 팬데믹 여파는 실리콘밸리도 피하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 중 36%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식료품 구입 비용과 집값과 대출금을 갚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29%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직장에서 잘리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들며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컸다. 연간 5만달러 이하 소득 응답자 중 46%가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었거나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했고, 5만~10만달러 미만 응답자 중엔 35%, 10만~25만달러 미만 응답자 중 24%가 피해를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