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경제 교육의 필수품으로 적금 통장이 아니라 핀테크 앱이 떠오르고 있다. 자녀에게 용돈을 어떻게 모으고, 투자하는지 알려주면서 재테크를 조기 교육하려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미성년자 대상 핀테크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레몬트리는 지난 26일 초기 단계 투자에서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부모가 자녀의 용돈 관리·금융 교육·주식 투자를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출시도 전에 투자를 유치한 것은 어린이 핀테크 사업이 투자 업계에서 그만큼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존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청소년 대상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았고, 기존 은행권도 미성년자가 쓸 수 있는 금융앱을 만들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이미 부모와 자녀가 용돈 관리와 투자를 함께 할 수 있는 핀테크 앱이 ‘가족 금융 시장’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대상 핀테크에 투자가 몰린다

핀테크 업계에선 모바일에 익숙한 미성년자들의 첫 금융거래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만 14~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시한 가상계좌 ‘카카오뱅크 미니’ 가입자는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연령대의 청소년이 233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 계좌가 없어도 돈을 보관하고 이체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핀테크 앱 토스의 청소년 이용자도 15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계좌를 연계한 가족 금융 시장이 대세를 이룬다. 어린이용 은행 계좌 서비스를 내세운 그린라이트는 지난 4월 2억6000만달러(약 3041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그린라이트는 2017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입하는 어린이용 직불카드를 선보인 뒤 300만 개가 넘는 계좌가 만들어졌다. 자녀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미국 주식에 실제로 투자도 할 수 있다.

‘10대를 위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표방하는 미국 스텝은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출시한 뒤 사용자 150만명을 이상 확보했다. 청소년들은 스텝 앱을 통해 계좌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고, 모바일 앱으로 결제도 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 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지출 제한액을 설정할 수 있다. 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자녀의 카드 사용 내역 알림도 보내준다.

◇심부름하면 앱에 용돈이... ‘가족 금융’ 대세

국내에서도 가족 금융을 겨냥한 핀테크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부모가 자녀와 계좌를 공유하면서 금융·경제 교육을 할 수 있고, 금융업체 입장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충성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나은행이 지난 6월 말 출시한 ‘아이부자’ 앱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부모는 앱으로 자녀 회원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낼 수 있고, 자녀가 부모가 제안한 심부름를 한 뒤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면 약속된 용돈을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자녀가 주식 매매 조르기 기능을 통해 부모에게 대신 주식을 거래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용돈 관리 스타트업 모니랩은 다음 달 용돈 미션 체험판을 출시할 예정이다. 용돈 미션은 10대 자녀와 부모가 함께 과제를 설정하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